▲ 엔비디아의 투자를 받은 반도체 기업 마벨이 차세대 제품에 TSMC의 1.4나노 미세공정 기술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마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광통신 모듈 기술 홍보용 사진. <마벨>
마벨은 과거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고객사에 포함됐는데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며 TSMC와 협업 관계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크리스 쿠프만스 마벨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8일 닛케이아시아와 인터뷰에서 “TSMC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면 우리는 이를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쿠프만스 COO는 이미 TSMC와 A14 파운드리 미세공정 활용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TSMC는 2025년 4분기에 최신 2나노 반도체 생산을 시작했다. 현재 애플과 엔비디아 등 고객사 주문을 받아 본격적으로 양산을 확대하는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에는 A16, 2028년에는 A14 공정을 순차적으로 도입한다는 계획을 두고 있다.
마벨이 TSMC의 A14 파운드리 기술을 상용화 초기부터 활용하는 주요 고객으로 자리잡기 위해 선제적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반도체 미세공정 기술은 숫자가 낮아질수록 회로 집적도가 높아져 연산 성능 및 전력 효율이 향상된다.
닛케이아시아는 “마벨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키우기 위해 TSMC와 협력 관계를 더욱 강화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쿠프만스 COO는 마벨이 세계 최고의 제품을 선보이기 위해서는 이러한 첨단 공정 기술을 활용하는 일이 필수적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마벨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용 광통신 모듈에 활용되는 디지털신호처리장치(DSP) 반도체를 주력으로 한다. 이는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게 전송하는 데 필수 부품이다.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을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3월 마벨에 20억 달러(약 3조 원)를 투자한다고 발표하며 관련 시장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는 6월2일 대만 타이베이 IT전시회 ‘컴퓨텍스2026’ 행사장에서 “마벨은 차세대 1조 달러(약 1520조 원)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마벨 시가총액은 2천억 달러를 밑돌았는데 그만큼 뛰어난 성장 잠재력이 있다고 강조한 셈이다.
마벨이 이러한 상황에 자신감을 찾아 TSMC의 차세대 미세공정 기술 도입에 더 적극적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 대만 TSMC의 반도체 생산공장 사진. <연합뉴스>
TSMC의 미세공정 파운드리 서비스는 공정이 미세해질수록 생산 원가도 높아진다. 주로 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데이터서버나 고성능 PC, 스마트폰 등에서 두뇌 역할을 하는 반도체에 주로 활용된다.
따라서 DSP와 같이 일반적으로 보조적 역할을 하는 부품에 최신 공정 기술을 적용하는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닛케이아시아도 “TSMC의 최상위급 미세공정 기술은 주로 연구개발 비용 및 생산 원가 때문에 애플과 엔비디아, AMD 등 ‘탑티어’ 반도체 설계 기업만 활용한다”며 마벨의 전략이 매우 공격적이라는 점을 시사했다.
마벨은 과거 삼성전자와 글로벌파운드리 등 다른 기업에 주로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겨 왔다.
그러나 닛케이아시아는 마벨이 데이터센터 관련 사업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최신 미세공정 기술 도입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TSMC와 협력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TSMC가 7나노 미만 반도체 파운드리 미세공정 분야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경쟁사보다 우수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쿠프만스 COO는 마벨의 이러한 선택이 다소 과감한 결정이었다며 TSMC를 유일한 파운드리 협력사로 삼아야 사업을 지속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닛케이아시아에 전했다.
마벨이 주요 협력사들에 10억 달러(약 1조5200억 원) 수준의 선금을 지급할 방침을 두고 있다는 계획도 제시됐다.
이는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성장 기회를 잡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반영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닛케이아시아는 “마벨은 소비자용 전자제품 관련 사업을 주력으로 하던 기업에서 인공지능 관련 업체로 빠른 변화를 이뤄냈다”며 TSMC의 1.4나노 공정 활용을 추진하는 점도 과감한 성장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