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이 추진해 온 기업금융 중심의 수익구조 재편이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유 행장이 소매금융 철수 이후 지속해서 힘주고 있는 기업금융 중심의 수익구조 재편이 올해 다시 실적 개선으로 이어진다면 유 행장의 3연임 가능성도 더욱 높아질 수 있다. 
 
씨티은행 소매금융 없이도 단단한 실적, 유명순 기업금융으로 3연임 길 닦을까

유명순 한국씨티은행장의 수익구조 재편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한국씨티은행>


3일 한국씨티은행에 따르면 유 행장은 3월 기업금융그룹 아래 대기업엔터프라이즈본부를 신설하며 기업금융 조직에 한층 힘을 실었다. 

유 행장은 2024년 12월 기업금융그룹을 7개 본부로 개편하고 자금시장본부를 자금시장그룹으로 승격하는 조직을 개편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기업금융그룹에 기업금융지원부를 추가로 설치한 데 이어 지난 달 대기업엔터프라이즈본부까지 신설한 것이다. 

씨티은행이 2021년 소매금융 철수를 결정하고 2022년 2월부터 신규 영업을 중단함에 따라 발생한 이익 공백을 메우기 위한 기업금융 중심의 수익구조 재편 작업이 여전히 진행 중인 것이다.

다만 최근 속도감 있게 전개된 조직 개편의 배경에는 씨티은행의 실적 둔화가 자리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씨티은행은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 3071억 원을 거두며 2024년보다 1.4% 감소했다. 

씨티은행은 2021년 소매금융 철수 당시 순손실을 기록한 뒤 실적 성장세를 이어왔다. 다만 지난해에는 순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서며 성장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다.

실적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는 이자이익 감소가 꼽힌다. 지난해 씨티은행의 이자이익은 4911억 원을 기록하며 1년 전 7541억 원보다 34.9% 줄었다. 

이자이익 감소는 소매금융 철수 과정에서 예견된 결과로 평가된다. 씨티은행은 소매금융 철수 이후 지속해서 고객을 다른 은행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했는데 여전히 씨티은행에 대출 상환을 하는 고객들이 있다.

하지만 지난해는 여기에 시장금리 하락이 맞물리며 순이자마진(NIM)까지 축소돼 감소 폭이 더욱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씨티은행은 이자이익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 환매조건부채권(RP) 매수도 크게 늘렸다. 지난해 환매조건부채권 매수 규모는 4조1775억 원으로 2024년 1조7600억 원보다 137.4% 증가했다. 

환매조건부채권은 우량 담보를 기반으로 은행이 일정 기간 뒤 채권을 되사는 조건의 단기 자금 운용 방식을 말한다. 사실상 단기 대출과 유사한 구조를 활용해 유동성과 안정성을 확보하며 이자이익 감소분을 상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비이자이익은 큰 폭 확대됐다. 지난해 비이자이익은 5504억 원으로 2024년 4213억 원보다 30.6% 증가했다. 외환거래와 파생상품, 유가증권 관련 수익이 늘어나며 기업금융 중심 성장세를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더군다나 2025년에는 처음으로 비이자이익이 이자이익을 웃돌았다. 금융권에서는 기업금융 중심 수익구조가 점차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함께 충당금 부담도 크게 줄며 실적 방어에 힘을 보탰다. 지난해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158억 원으로 2024년 1285억 원과 비교해 87.7% 급감했다. 

씨티은행은 중견기업부문 대손충당금 적립액 감소와 소비자금융 자산 축소에 따른 대손 비용 절감이 이번 비용 감소의 주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소매금융 대출 자산이 줄어들면서 이에 비례해 쌓아야 할 충당금 규모도 함께 축소된 것이다. 
 
유 행장은 2020년 10월 취임해 2023년 연임에 성공했다. 씨티은행이 소매금융을 철수하기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사업구조 재편 과정을 이끌어 왔다. 
 
씨티은행 소매금융 없이도 단단한 실적, 유명순 기업금융으로 3연임 길 닦을까

▲ 씨티은행은 지난해 연결기준 순이익 3071억 원을 거뒀다.


유 행장 임기는 2026년 10월까지다. 현재 약 6개월가량 남아 있어 막바지에 접어든 상태로 볼 수 있다. 

시장에서는 유 행장의 3연임 여부가 비이자 중심의 수익구조를 얼마나 더 단단히 안착시키는지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순이익 후퇴를 딛고 올해 다시 순이익 성장을 이끈다면 3연임 확률은 그만큼 높아질 수 있는 셈이다. 

유 행장은 기업금융 전문가로 평가된다. 1987년 씨티은행에 입행한 뒤 기업심사부 애널리스트와 다국적기업부 심사역, 다국적기업본부장, 기업금융상품본부장 등을 거치며 기업금융 분야에서 역량을 쌓아왔다. 

다만 최근 고환율 기조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원화 약세는 외국계 은행에 외환거래이익 확대 측면에서 유리한 환경으로 간주되지만 외화자산 변동성 확대 등으로 건전성 부담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씨티은행의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2025년 말 30.84%로 2024년 말 33.20%보다 2.36%포인트 하락했다. 여전히 은행권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단기간 적지 않은 폭의 하락세를 보인 만큼 자본 적성성 관리에 경계감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PL) 관련 손익 변동성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FVPL관련이익은 1343억 원 손실로 2024년 1271억 원 이익에서 크게 악화했다. 

유 행장은 최근 지난해 실적을 발표하며 “대내외 경영 환경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수익 다각화 전략을 통해 비이자이익이 크게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며 “앞으로도 수익 기반을 다각화해 안정적 성장 흐름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전해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