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뒤 열흘 만에 재계 총수들과 머리를 맞댔다.

이재명 대통령은 13일 오전 10시부터 낮 12시20분까지 용산 대통령실에서 5대 그룹 총수 및 경제6단체 회장과 도시락을 먹으며 간담회를 가졌다.
 
이재명 취임 후 10일 만에 첫 재계 총수 회동, "불필요한 규제 정리할 것"

이재명 대통령(가운데)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경제단체 및 기업인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유정 대변인은 이날 오후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간담회는 대통령 취임 후 경제계와 첫 회동으로 G7 정상회의 참석을 앞두고 우리 경제의 가장 시급한 도전과제인 글로벌 통상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계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며 "이 대통령은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확산 글로벌 공급망 분절 등 글로벌 통상질서의 대전환기를 겪고 있고 최근 진행되고 있는 글로벌 관세전쟁이 우리 산업 경쟁력과 수출 기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강 대변인은 이어 "이번 정부는 국익이 최우선이라는 원칙 아래 실용적이고 유연한 통상정책으로 위기극복에 총력 대응에 나가겠다고 강조했다"며 "특히 최대 통상 현안인 미국 관세 조치에 대해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 통화시 양국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합의를 조속히 도출하기로 한 만큼 실무 협의를 한층 가속화하겠다고도 알렸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합리적인 경제 생태계를 위해 경제단체와 기업인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국민 먹거리 문제를 해결하고 합리적인 경제 생태계를 만들어 먹고 사는 문제들로부터 해결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경제단체와 기업인들의 각별한 협조를 당부했다고 강 대변인이 전했다. 

강 대변인은 "간담회에 참석한 경제단체 및 기업인들은 최근 코스피 상승에 대해 언급하며 새 정부의 경제 정책에 대한 기대감을 전했다"며 "또 미국의 통상압박은 개별 기업의 노력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인 만큼 민관 합동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재명 대통령은 정부와 기업이 함께 뛰는 원팀 정신을 강조하면서 우리 기업이 성장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며 "G7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다양한 외교무대에서 우리 기업의 입장을 적극 대변하고 국익을 지키는 실용적 통상외교를 펼쳐나가겠다고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이에 화답했다.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은 이날 이재명 대통령이 재계와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해준 것에 감사를 전하면서 "예정된 국내 투자와 고용을 차질없이 진행해 어려운 경제 상황 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자서전을 언급하면서 삼성의 사회활동이 청소년과 청년들의 꿈을 키우고 교육을 지원하는데 맞춰져 있다고 언급했다.

참석자들은 회동 초반부 공개 발언 이후 비공개로 전환한 뒤 한미 통상 현안 등을 둘러싸고 심도 깊은 논의가 이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미 통상협상을 앞두고 이와 관련한 재계 요청 사항 등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동은 이 대통령 취임 후 열흘 만에 이뤄졌다. 민주당 계열 소속 대통령 가운데 가장 빨리 재벌 총수들과 만났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달이 넘게 지난 2017년 7월27~28일 이틀 간 그룹 총수들과 청와대 녹지원에서 첫 호프 미팅을 했다. 

7월27일에는 당시 직책 기준으로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과 구본준 LG그룹 부회장, 권오준 포스코그룹 회장, 금춘수 한화그룹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함영준 오뚜기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이튿날인 7월28일에는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 GS그룹 회장,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 황창규 KT 회장,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7월27일 "과거에 만남을 보면 한번에 많은 분들을 만나다 보니 만남 자체가 좀 일방적 느낌이 들어서 하고 싶은 말씀을 충분히 하실 수 있게 두 번으로 나눴다"며 "경제인들로부터 많은 얘기를 충분히 듣고 싶어 주어진 각본도 없고 정해진 주제도 없고 시간 제한 없고 자료도 없이 편하고 허심탄회하게 얘기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노무현 대통령도 취임 석 달여 만에 단골 삼계탕집에서 4대 그룹 총수(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를 만났다. 다만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97년 12월 대선을 치른 뒤 외환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대통령 취임 전 당선자 신분으로 4대 그룹 총수와 회동한 바 있다.

한편 '친기업'을 앞세운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당일인 2022년 5월10일 취임식 귀빈 만찬에서 재계 총수 및 주요 경제단체장과 저녁을 함께 했다. 이날 만찬에는 이재용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 정의선 회장, 구광모 회장, 신동빈 회장 등 5대 그룹 총수가 모습을 드러냈다. 당시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는 최태원 회장도 자리를 함께 했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