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29일 경북 경주에서 정상회담을 앞두고 신라 천마총 금관 복제품을 선물하며 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이 예상과 달리 미국과 무역협정을 최종 타결한 점을 두고 긍정적 평가가 나온다. 다만 아직 군사 및 외교 분야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남아있다는 관측도 제시됐다.
워싱턴포스트는 30일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에서 무역협정 합의를 이뤄내는 업적과 반짝이는 왕관을 모두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관세 정책과 조선업 등 주요 산업 분야에서 협력 방안, 군사동맹 강화를 포함한 안보 현안 등을 논의했다.
한국 정부는 회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에 무궁화 대훈장을 수여하고 신라 천마총 금관 복제품을 선물했다.
천마총 금관은 하늘의 권위와 지상의 통치를 연결하는 신성함과 더불어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권위를 상징한다는 한국 측의 설명이 붙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마친 뒤 만찬에서 이를 특별한 선물이라고 평가하며 예술적 작품을 선물해준 데 감사한다는 뜻을 이 대통령에 전했다.
다만 일부 외신은 한국 정부가 왕관을 선물했다는 사실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미국 전역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행사에 반대하는 성격의 ‘노 킹스(No Kings) 시위가 열렸기 때문이다.
시위대는 트럼프 대통령이 마치 왕정 국가처럼 미국을 통치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는 미국의 건국 정신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한국 정부가 특별제작한 천마총 금관 복제품을 준비하는 데 오랜 시간을 들였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이를 의식한 선물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시기를 고려한다면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체면을 세워주는 역할을 했을 공산이 크다.
뉴욕타임스는 “트럼프 대통령은 종종 자신을 왕에 비유하는 사례가 있었다”며 “이제는 정말로 왕관을 선물받았다”며 다소 비판적 어조를 드러냈다.
▲ 이재명 대통령(오른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월29일 정상회담을 앞두고 사전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해당 매체는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왕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권위를 얻고 싶을 때마다 쓰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며 한국 역사와 관련된 상징적 의미를 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이날 정상회담을 마친 뒤 무역협정 세부 내용에 합의했다.
미국은 당초 3500억 달러(약 497조 원) 상당의 선불 현금 투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러한 기준이 대폭 완화됐고 연간 투자 한도도 200억 달러(약 28조 원) 수준으로 설정됐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미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지만 예상치 못한 진전이 이뤄졌다”며 “아직 미국과 협정을 타결하지 않은 다른 국가들에 참고할 만한 내용”이라고 바라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에서 이런 내용을 재확인하며 이재명 대통령이 검토를 요청한 한국 핵추진 잠수함 건조 안건도 승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워싱턴포스트는 한국과 미국이 이러한 여러 사안에 합의했음에도 아직 많은 갈등 요소들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동맹국에 군사 지원을 축소하는 기조를 보이면서 한국이 주한미군 주둔 비용을 더 많이 부담하는 방안을 원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으로 제시됐다.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진전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가 한국의 안보를 더 취약한 상황에 놓이도록 할 수 있다고 바라봤다.
현대차와 LG에너지솔루션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벌어진 한국인 근로자 대규모 구금 사태에 따른 후폭풍 수습 및 비자 문제 해결도 양국이 논의를 이어가야 할 사안으로 꼽혔다.
한국이 미국과 관세 협상을 비롯한 일부 과제에 어느 정도 결론을 내며 불확실성을 해소했지만 아직 군사와 외교 등 분야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네트워크에 한국 핵추진 잠수함 승인 소식과 함께 “양국의 군사 동맹은 어느 때보다도 강력하다”며 “훌륭한 순방이었다”는 감상을 전했다. 김용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