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중공업이 기나긴 적자행진을 이어오면서 역대 대표이사들은 흑자전환 도전을 통해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과제를 안아왔다. |
[씨저널] 삼성중공업이 경험한 기나긴 적자 터널은 대표이사들의 무덤이 되어 왔다.
2010년대 중반부터 이어진 연이은 손실과 지속된 재무 위기는 최고경영자들에게 커다란 부담과 무거운 책임으로 다가왔다.
◆ 적자 늪에 빠진 삼성중공업, 그 시작과 원인
삼성중공업은 2014년까지 조선·해양플랜트 산업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했으나,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무려 8년 연속 적자를 겪었다.
이 기간 누적 영업손실만 5조 원을 넘어서며, 과거 호황기에 축적한 기반도 흔들리는 위기를 맞았다.
적자 원인 중 가장 크게 지목된 것은 해양플랜트다. 특히 드릴십 분야에서 지속적 부실이 나타났다.
글로벌 유가 하락과 조선업계 불황이 맞물려 발주가 급격히 줄고, 복잡한 해양플랜트 사업의 특성상 공기 지연과 계약 취소, 분쟁 등이 빈번하여 손실로 이어졌다.
조선산업 특성상 대규모 자본과 긴 생산 기간이 요구되는데, 삼성중공업은 해양플랜트에 치중하는 전략적 선택으로 인해 상선 분야에서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선박과 해양설비 생산의 적절한 포트폴리오 분배 실패가 수익성 악화의 밑바탕으로 작용한 셈이다.
◆ 역대 대표이사들의 경영 성과와 도전
삼성중공업의 장기적 위기는 대표이사들의 경영 전략과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가 됐다.
2017년
박대영 사장 체제 아래에서 삼성중공업은 급격한 자금난과 구조조정을 겪으며 임금 삭감과 인력 감축을 불가피하게 추진했지만, 실적 정상화에는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남준우 사장이 다음 해 조선소장에서 대표이사로 임명됐으나, 그 역시 어려운 경영상황 속에서 짧은 재임기간을 기록했다.
남 사장은 전임
박대영 사장이 직접 추천한 인물로 삼성중공업을 이끌게 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1958년생으로 울산대학교 조선공학과를 졸업하고 1983년 삼성중공업에 입사한 뒤 현장에서 풍부한 경험을 쌓아온 조선생산 전문가로 삼성중공업 안팎에서 큰 기대를 받았다.
특히 남 사장은 취임 직후 삼성중공업의 수주잔고 구조를 물량 중심에서 수익성 중심으로 개선하는 작업에 매달렸다.
그가 취임하기 한 해 전인 2017년 삼성중공업은 수주잔고를 채우기 위해 일회성 비용 리스크가 큰 해양플랜트의 의존도를 높여 전체 수주금액 69억 달러 가운데 절반 넘는 38억 달러를 해양 플랜트로 채워 많은 우려의 시선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남 사장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사태와 저유가에 따른 조선업 불황으로 삼성중공업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남 사장은 2018년 주주총회에서 "삼성중공업의 경영을 정상화하고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라는 사명을 받고 대표이사에 취임했다"며 "앞으로 흑자전환을 이루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지만 끝내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남 사장은 삼성중공업의 체질 개선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는 받지만 과거의 부실을 해소하는 데 역부족이었다.
남 사장의 후임으로는
정진택 사장이 중책을 맡아 2021년부터 2023년까지는 삼성중공업을 이끌었다.
정 사장은 특히 리스크관리(R&M) 팀장 경험을 맡은 적이 있어 주목을 받았다.
삼성중공업의 리스크관리팀은 수주대상 일감의 위험도를 파악해 수주전략에 기여하고 수주 뒤에는 위험도를 관리하면서 대규모 손실을 검토하는 조직이었기 때문이다.
정 사장은 실제 삼성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무상감자, 재고 드릴십(심해용 원유 시추선) 매각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서 흑자전환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 사장은 2023년까지를 임기로 삼성중공업 대표의 소임을 다하고 상담역으로 물러났다.
◆ 기나긴 적자터널 끊은 최성안 삼성중공업 재도약 이룰까
정 사장의 후임으로는
최성안 대표이사 부회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2023년
정진택 사장과 각자대표 체제를 이루며 경영을 분담하며 삼성중공업의 전환점을 마련했다.
최 부회장은 2024년부터는 단독대표 체제를 이루면서 ‘조용하지만 강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과 재무 안정화를 견인했다.
특히 2023년 삼성중공업은 9년 만에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영업이익 2333억 원을 냈고 2024년에는 영업이익 5027억 원으로 전년 대비 115% 이상 성장하는 등 실적 반등에 성공했다.
최성안 부회장은 고부가가치 해양플랜트와 LNG·FLNG(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 부문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함께 수익성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추진하며 사업 구조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아울러 친환경 선박 개발과 암모니아 추진선 상용화 등 차세대 기술 혁신에 적극 투자하며 미래 성장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