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월28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여러 희토류와 핵심 광물을 확보할 수 있는 협약을 체결했지만 단기간에 성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의 수출 통제로 미국이 공급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는 다수의 희토류 소재가 아직 개발되지 않아 이를 채굴하고 정제하는 데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일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광물협정을 체결했다”며 “그러나 여러 자원을 수급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투자가 필수적일 것”이라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 전쟁에서 미국의 군사적 도움을 받은 대가로 자국에 매장된 여러 광물을 채굴할 수 있는 권리를 제공하는 내용의 협약을 맺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이번 협정을 체결하며 우크라이나가 그동안 지원을 받았던 군사 관련 비용을 지불하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사실상 철회했다.
우크라이나에 매장된 자원이 그만큼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미국 정부가 지정한 50종의 핵심 광물 가운데 리튬과 흑연, 우라늄 등 20종을 비롯해 희토류 소재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러한 광물 자원의 가치가 수 조 달러에 이를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자동차와 반도체, 원자력 발전과 군사무기 등에 쓰이는 이러한 핵심 광물 공급망을 서둘러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전 세계 주요 광물과 희토류 자원을 대부분 생산하거나 제련하는 중국이 미국과 무역 분쟁에 대응해 보복조치 차원에서 수출 통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이러한 소재 공급을 차단한다면 미국은 여러 산업 발전에 차질을 겪을 뿐만 아니라 군사 안보에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는 입장에 처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의 광물 공급망을 확보하는 것은 중국에 의존을 낮추고 무역 분쟁에서 승기를 잡는 데 중요한 과제로 꼽혀 왔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은 우크라이나가 실제로 보유한 주요 광물 위치나 매장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는 현지 전문가의 분석을 전했다.
현재 우크라이나에서 파악하고 있는 광물 자원은 대부분 소비에트 연합 시절에 진행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경제성을 판단하려면 새로운 조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광물은 아직 우크라이나에서 채굴이 진행된 사례도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희토류를 비롯한 핵심 광물이 매장된 위치가 정밀하게 파악된 상태라고 해도 채굴 및 정제 설비를 구축한 뒤 가동하기까지는 일반적으로 수 년의 시간이 걸린다.
실제 매장량과 경제성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 절차부터 시작한다면 자연히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비용 측면에서도 막대한 투자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다수의 광물이 현재 러시아에 점령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갈륨을 비롯한 희토류 매장지의 절반 가까이가 러시아 점령지인 데다 채굴 가능한 물량도 매우 적은 수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된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미국이 이번 광물협정으로 기대한 만큼의 효과를 거두지 못할 공산이 크다는 의미다.
로이터도 “다수의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가 현재 상업화 가능한 수준의 희토류 광산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실제 개발 과정에서 여러 장벽을 만날 것”이라고 보도했다.
결국 미국이 우크라이나와 광물협정을 기반으로 희토류 및 핵심광물 개발 작업을 본격화한다고 해도 중국 공급망에 크게 의존을 낮추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
중국은 현재 전 세계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망에서 영향력을 갈수록 넓혀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이 해외에 위치한 광산 및 채굴, 제련 업체의 지분을 꾸준히 사들였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협정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현지에서 어떤 광물을 개발하고 채굴할지에 관련해 최종 결정권을 두고 있다. 미국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또한 이미 우크라이나에서 생산되고 있는 광물 프로젝트는 협약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고 미국이 새로 채굴되는 자원에 대해 독점적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
CNN은 “이번 광물협정은 이전에 논의되던 것보다 우크라이나에 훨씬 유리한 쪽으로 결정됐다”며 “다만 우크라이나를 수호하겠다는 확실한 의지를 러시아에 전했다는 점에서 미국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