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철 기자 dckim@businesspost.co.kr2025-05-02 14:3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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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2심 무죄 판결을 뒤집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면서 민주당이 일격을 맞았다.
이번 대법원의 선고로 보수와 진보 진영 유권자 양쪽이 결집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결국 중도층 여론이 이번 조기 대선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하면서 중도층 표심에 향방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는 시각이 나온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골목골목 경청투어' 접경지역 방문 이틀째인 2일 강원도 철원군 동송전통시장에서 상인들과 만나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선대위)는 2일 대법원의 이례적인 상고심 진행과 결과를 두고 '대선 개입'이라 규정하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강금실 총괄 선대위원장은 “조희대 대법원장은 규정과 관례도 무시하고 9일 만에 단 두 번의 합의로 무죄의 원심을 깼다”며 “조희대 대법원장이 적극적으로 선거에 개입해 영향을 주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법제처장을 역임한 이석연 공동 선대위원장도 “대법관들이 어제와 같은 퇴행적이고 헌정사의 시곗바늘을 30~40년대로 돌려놓는 판단을 했다고 본다”며 “판결 선고 내용을 보면서 참으로 서글프고 왜 내가 법조인이 됐는가 생각할 정도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은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이 후보의 ‘사법리스크’가 재점화됐지만 정치권 일각에서 언급되는 ‘후보 교체’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전날인 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 후보는 권리당원 60% 이상의 참여와 국민 100만 명 이상의 참여인단 경선을 통해 선출된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라며 “어떤 사법적 시도에도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오히려 이번 대법원 상고심 선고 결과를 계기로 지지층 결집도를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후보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포함한 보수진영 대선 주자들을 크게 앞서면서 2007년의 ‘이명박 대 정동영’ 구도와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되자 지지층의 투표 의지가 이완될 수 있었는데 대법원의 선고로 긴장감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김민석 민주당 공동 선대위원장은 2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서 "대법원 판결이 지지층 결집 효과를 줄 것"이라며 "대법원 판결이 내란 잔존 세력, 내란 잔당에 대한 국민의 분노를 훨씬 높이는 쪽으로 갈 것“이라고 바라봤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보수진영의 결집도도 높일 수 있다. 공직선거법 2심 무죄 판결 이후 형성되던 ‘이재명 대세론’에 균열을 낼 수도 있는 만큼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이날 경남 창원시장을 방문해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제가 나가면 이재명을 이길 확률이 굉장히 높아졌다”며 “흙탕물 죄다 뒤집어쓰고 들어가서 개싸움을 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2일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마산 어시장을 찾아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국민의힘은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 논란 등 정국혼란이 극심할 것이란 점을 파고 들 것으로 예상된다.
정광재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YTN 뉴스파이팅에서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 지 얼마 안 돼 다시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사유가 발생하게 되면 얼마나 국가적 손실인가”라며 “이렇게 흠결이 있는 상태에서 이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국가적 통합이 이루어지겠나”라고 주장했다.
양쪽 진영 유권자가 결집한다면 결국 ‘중도층’의 표심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지 여부로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단 정치적 고관여층이 아닌 중도층에게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은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이 후보가 지금 유죄 판결의 취지를 안고 선거 레이스에 뛰어든 것이라 후보를 교체하지 않는 한 국민들은 논쟁이 어떤 식으로든 대통령이 된 이후에 발현될 수 있다는 걸 알면서 투표를 해야 된다”며 “중도 표심에는 민감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건 분명히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이번 대법원의 일격에도 이 후보에 대한 중도층의 지지가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이는 6.3 대통령 선거가 기본적으로 윤석열 정부의 실정을 심판하는 성격을 갖기 때문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도 KBS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중도층을 포함해 전반적으로 이번 대선이 어떤 대선인지 생각을 하고 있는지가 중요한데 진짜 윤석열 정부가 그동안 해왔던 여러 가지 실정들 오류들 이런 것들을 바로잡는 것이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함께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보수 진영의 대선 후보들 가운데 중도층 지지를 흡수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도 민주당이 자신감을 갖는 이유다. 김문수,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물론 한덕수 전 국무총리도 윤석열 정부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실제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1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의 차기 대통령 적합도 조사에서 중도층만 놓고 봤을 때 이재명 후보는 47%의 지지를 얻은 반면 김문수, 한동훈 국민의힘 경선 후보는 각각 4%, 10%에 그쳤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와 단일화가 점쳐지는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중도층 지지도도 10%에 머물렀다.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KBS라디오 무등의 아침에서 “많은 중도층이 이재명을 지지하는 것은 1심 유죄 판결 났을 때도 변함이 없었다”며 “그래서 이번 대선은 반란 주체들, 내란 주체들과 내란 반대 세력의 대결이기 때문에 저는 크게 변동 없이 이재명이 32일 동안 선두를 유지하면서 당선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도 이날 '골목골목 경청투어' 일환으로 강원도 철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국민들을 믿는다는 뜻을 나타냈다.
이 후보는 "정치는 결국 국민이 하는 것"이라며 "여러분이 세상의 주인"이라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정치권에서는 중도 유권자층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 드러나는 데 일정한 시간이 흘러야 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대법원 판결, 한덕수 전 국무총리의 대선 출마,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갑작스런 사퇴 등 여러 대형 이슈가 하루이틀 안에 벌어지면서 커다란 정치적 충격을 겪었기 때문이다.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28일부터 30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천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조사는 휴대전화 가상번호(100%)를 이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롸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 3.1%포인트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