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원석 기자 stoneh@businesspost.co.kr2025-07-2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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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포스트] 전성기를 이끌었던 ‘백세주’의 부진으로 국순당에 다시 적자의 그늘이 드리웠다.
배상민 국순당 대표이사는 상장폐지 위기를 겪던 시기에 국순당 수장에 올라 그해 회사를 흑자로 돌려세웠는데 취임 6년차에 다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배 대표는 국내에서는 백세주의 재기를, 해외에선 K-컬처에 올라타 막거리 수출 확대를 도모하며 돌파구 모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 배상민 국순당 대표이사가 5년 만에 적자에 빠진 회사 위기 극복을 위해 국내에서는 백세주의 재기를, 해외에서는 막걸리 수출 확대를 통한 돌파구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배상민 대표.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국순당이 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데는 대표 제품 백세주의 판매 부진이 주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국순당은 연결기준으로 영업손실 23억 원을 내며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국순당이 연간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은 2019년 이후 5년 만이다.
지난해 9월 국순당은 4년 만에 백세주의 대대적 재단장(리브랜딩)을 단행했다.
국순당은 대다수 브랜드가 익숙함을 유지하기 위해 디자인을 소폭 변경하는 것과 달리 백세주를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바꾸고, 발효 과정에서 생기는 산미와 감미가 어우려져 음식과 조화를 더 잘 이룰 수 있도록 맛을 개선했다. 또 그룹사운드 잔나비의 최정훈씨를 백세주 앰배서더로 발탁해 협업 영상을 공개하고, 행사를 여는 등 마케팅 활동에 집중했다.
이에 지난해 국순당 판매관리비(판관비)는 328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2.8%, 그 가운데 광고선전비는 117% 급증했다.
반면 지난해 국순당의 백세주를 포함한 약주 매출은 129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6% 뒷걸음쳤다. 백세주 재단장 관련 비용을 집행했지만 매출은 뒷걸음치면서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배 대표는 배상면 국순당 창업주의 손자로 2020년 3월 국순당 대표이사에 올랐다. 그는 임기 첫해 광고선전비와 활동비, 접대비 등 비용 절감을 통해 만성적자에 빠진 회사를 흑자로 돌려세웠다.
그런 배 대표가 취임 6년차에 다시 위기를 맞은 셈이다.
국내에서는 젊은 층을 위주로 재단장한 백세주 마케팅에 역량을 집중하며 백세주의 재기를 노릴 것으로 보인다.
국순당은 올 1분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약 90% 줄어든 영업이익 1억 원을 내며 가파른 수익성 후퇴 추세를 이어갔다. 다만 2분기 이후 백세주 재단장 효과가 가시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1분기 국순당 전체 국내 매출은 145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5% 소폭 증가한 가운데 국내 백세주 판매량은 38억 원으로 8.6%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순당 관계자는 “작년 백세주 리브랜딩 효과가 점차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며 “올해도 재단장한 백세주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 작년 9월 재단장 전 백세주(왼쪽)와 재단장 후 백세주 이미지.
현재는 여름 휴가철 젊은 세대를 겨냥해 경포 해변에서 백세주 부스를 열고 시원하게 즐기는 음용법과 백세주하이볼 제조법 등을 홍보하고 있다.
백세주는 2002년 단독으로 매출 1천억 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20년 넘게 흘러 젊은 층 사이에서는 ‘고인 물’로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순당은 젊은 층에 어필하지 않으면 답이 없다는 판단해 이들을 겨냥한 마케팅에 힘을 주고 있다.
국순당 관계자는 “백세주가 지난해 새롭게 리브랜딩한 뒤 젊은 층에서 인기가 높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공간에서 백세주의 색다른 매력을 경험할 수 있는 마케팅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세계적 K-컬처 열기 속 막걸리를 앞세운 수출 확대에 거는 기대도 클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순당 탁주 매출의 약 20%는 이미 해외에서 일어나고 있다. 막걸리 수출액은 미국과 중국, 일본 순으로 큰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2023년 국순당 ‘1000억 프리바이오 막걸리’의 미국 막걸리 수출액은 300만 달러(약 40억 원)를 넘어섰다.
현재 국순당이 백세주나 막걸리를 수출하고있는 국가는 60여 개국이다. 국순당은 자사 제품을 수출할 수 있는 국가의 문은 이미 대부분 열린 것으로 보고 이미 진출한 국가의 해당 지역에서 주변 지역으로 점차 판매를 확산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특히 동남아시아 국가들에서는 K-컬처 열풍을 타고 기존 교민 위주로 형성됐던 수요가 현지인들로 넘어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국순당 관계자는 “막걸리나 전통주를 수출하는데 있어서는 문화적 친숙함으로 거리감을 좁히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K-컬처의 후광을 입고 수출을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가 국순당 운전대를 잡은 때는 2015년 불거진 ‘가짜 백수오’ 사건 여파로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회사가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때였다. 국순당은 백세주 원료에서 ‘가짜 백수오’로 알려진 이엽우피소가 검출되자 시중에 유통된 백세주를 모두 회수하고 원료에서 백수오를 빼버렸지만 5년여 동안 매출에 지속적 타격을 입었다.
배 대표는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경영 컨설팅회사 모니터그룹의 서울사무소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다 2012년 국순당에 입사했다. 영업총괄본부장, 혁신사업본부장 등을 거쳐 국순당 대표이사에 올랐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