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가 만든 차량이 포뮬러1 월드챔피언십(F1) 서킷을 달리게 될까?'
최근 영화 ‘F1 더무비’가 흥행하면서 국내에서도 F1 경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가 과연 F1에 도전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모터스포츠에 대한 열정이 매우 높고,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GMR)팀을 만들어 르망24시 내구 레이스에 참가하고 있고 는 만큼, 곧 F1에도 진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이 많은 비용을 들여 모터스포츠에 집중하고 있는 이유가 유럽에서 제네시스를 럭셔리 브랜드로 각인시키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 회장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유명 모터스포츠 대회 우승컵을 들어올리기 위한 도전에 나선다. 현대차가 엔진까지 직접 개발한 경주용차로 르망24시 하이퍼카 클래스에 출전하는 것이다.
세계 3대 레이스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르망24시는 24시간 동안 14㎞ 정도 되는 서킷을 누가 더 많이 도는지 겨루는 내구 레이스다. 오래전부터 모터스포츠에 참가해 온 포르쉐, 페라리 등도 완주를 장담할 수 없을 정도로 변수가 많고 가혹한 대회로 꼽힌다.
르망24시를 보기 위해 매년 30만 명이 넘는 관중이 현장을 찾고, TV를 통해 시청하는 사람은 1억 명이 넘는다.
차량의 내구성과 빠른 속력이 모두 중요한 대회이기 때문에 르망24시에서 우승하는 것만으로도 브랜드의 경쟁력을 증명할 수 있다. 정 회장이 르망24시 하이퍼클래스에 제네시스 마그마 레이싱팀을 내보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네시스 차량들은 유럽 대회에서 많은 수상을 하고 있지만, 판매량은 그만큼 늘지 않고 있다. 아직 유럽에서 럭셔리 브랜드로서 인지도가 높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자리잡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일각에서는 유명 모터스포츠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의견을 내놓는다. 우승과 동시에 명예와 인지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유럽에서 럭셔리 브랜드로 인정받는 메르세데스-벤츠, BMW, 아우디, 페라리, 포르쉐 등도 모두 모터스포츠 우승 경력과 함께 명성을 쌓아왔다.
업계에서는 일반 신차를 개발하는 데도 수천억 원이 투입되는 것을 생각하면 경주용차 개발에는 조 단위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정 회장은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제네시스를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빠르고 확실하게 럭셔리 브랜드로 올라서기 위해 르망24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 대한민국 첫 F1 드라이버가 될 만한 유망주로 꼽히는 신우현 선수(사진)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조카다. 올해는 유로포뮬러 오픈에 출전해 두 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종합 1위 경쟁을 하고 있다. <유로포뮬러 오픈>
다만 정 회장이 F1 레이싱팀을 운영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현대차가 F1팀 인수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가 오래전부터 흘러나왔다. 최근에는 F1팀 '알핀'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지만, 아직까지 이에 대한 현대차의 공식 입장은 없는 상황이다.
현대차가 F1에 섣불리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는 팀 운영에 매년 수천억 원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F1을 주관하는 국제자동차연맹(FIA)은 최근 예산 상한제를 도입했다. 형식적으로는 1년 예산이 2억 달러(2763억 원)로 제한됐지만, 드라이버 연봉과 엔진 개발비 등은 별도다. 결국 매년 3천억~4천억 원을 투자해야 중상위권에서 경쟁해 볼 수 있다.
매년 수천억 원을 투자한다고 해서 성적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다. 혼다와 도요타, BMW 등이 F1에 도전했다가 성적 부진 등의 이유로 철수했다.
도요타는 2002년부터 2009년까지 F1에 참가해 2조 원이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단 한 번의 우승도 없이 철수했다. 혼다는 2006년 우승한 적이 있지만 2008년 F1에서 발을 뺐다.
파워유닛 개발도 쉽지 않다. 파워유닛은 엔진과는 다른 개념으로 F1 경주차에 탑재되는 동력시스템을 의미한다. 현재 F1에 파워유닛을 공급하는 곳은 메르세데스, 페라리, 혼다, 르노 등 4군데 밖에 없다. F1에 참가하는 10개 팀은 네 곳의 파워유닛 가운데 하나를 사용한다.
현대차가 만약 F1에 뛰어든다면 브랜드 경쟁력을 알리는 것이 목표가 될 것이기 때문에 다른 회사의 파워유닛을 사용하기보다 자체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 파워유닛 개발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적지 않은 시간과 자금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정 회장이 F1 진출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상당하다.
F1에는 2014년부터 하이브리드 파워유닛 시스템이 도입됐다. 현재 사용 중인 파워유닛은 가솔린 엔진과 전기 모터가 합쳐진 형태다. 내년부터는 새로운 파워유닛 시스템 도입으로 전기 모터 비중이 더 높아진다.
일각에서는 현대차가 전기차뿐 아니라 하이브리드 시스템에서도 세계에서 인정받는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만큼, 파워유닛 개발에도 유리한 부분이 있다는 분석을 제기한다.
정 회장의 조카인 신우현 선수가 2023년 포뮬러3 챔피언십(F3)에서 활동한 점도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 가운데 하나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신 선수의 외할아버지, 정 회장이 신 선수의 외삼촌이다.
F3는 F1의 3부 대회 성격을 가진다. F3에서 좋은 성적을 내면 F2로 갈 수 있고, F2에서도 눈에 띄는 드라이버들은 세계에 단 20개 자리밖에 없는 F1 운전석에 오르게 된다. 현재 운영 중인 F1 팀은 단 10개이며, 각 팀의 F1 대회 참가 드라이버 2명이다.
업계에서는 신 선수를 대한민국 첫 F1 드라이버가 될 만한 유망주로 꼽고 있다. 올해는 유로포뮬러 오픈에 출전해 두 번의 우승을 차지하며 종합 1위 경쟁을 하고 있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