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핀 라스피냐스에서 22일(현지시각) 시민들이 태풍 '윌파' 영향에 침수된 도로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
[비즈니스포스트] 글로벌 기온상승 영향에 해양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에 올라 있다.
수온이 높아지면 해양에서 열을 흡수하는 태풍도 강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올해 태풍은 평소보다 강하고 자주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7일 관련 외신 보도와 국제 기상기관 발표 등을 종합하면 올해 태풍 시즌에는 평년보다 강한 재난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된다.
22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극심한 폭염을 겪고 있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남부유럽에서 매우 심각한 수준의 폭풍우와 홍수가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기후 전문가들에 따르면 유럽에서 이같은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 원인은 해수온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유럽 기후관측기관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지중해 수온은 평균 25도로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평년과 비교하면 약 5~6도 높은 수준으로 가장 높은 기록이 나온 티레니아해 수온은 29도를 넘어섰다.
이에 헤수스 곤살레스 알레만 스페인 기상청(AEMET) 기상학자는 블룸버그를 통해 "저기압들이 남쪽으로 이동하면서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지중해 수온 영향에 폭풍이 한층 강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세계의 다른 수역들도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온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워싱턴포스트는 미국 플로리다주 인근 해역 수온이 섭씨 36도를 기록해 '해양폭염' 경보가 발령됐다고 전했다. 30도가 넘는 수온이 서대서양 일대 거의 전역에 걸쳐 관측돼 허리케인 위력이 높아질 것으로 우려됐다.
미 해양대기청(NOAA) 해수온도(SST) 이상현상 관측자료에 따르면 21일 기준 서태평양 일대 수온도 지역별로 26~30도로 관측돼 평년보다 1~2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특히 한국과 일본에도 영향을 미치는 태풍들이 주로 형성되는 필리핀 인근 수역도 온도가 평년보다 높게 관측됐다.
▲ 21일 기준 미국 해양대기청의 세계 해수온도(SST) 관측 결과를 시각화한 그래프. 붉은색에 가까울수록 수온이 비정상적으로 높다는 뜻이다. 필리핀 인근 서태평양 일대는 진한 주황색, 한국 서해와 동해는 붉은색을 보이고 있다. <해양대기청> |
해당 수역 수온은 지난해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했는데, 이 기간 샨샨, 야기, 콩레이 등 강력한 태풍이 연달아 발생했다. 또 통상적으로 태풍 시즌이 끝나는 10월을 넘긴 11월에도 태풍 4개가 연달아 발생해 필리핀과 대만에 큰 피해를 입혔었다.
올해 한국과 일본 인근 해역 수온이 평년보다 비정상적으로 높은 수온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우려를 더했다.
앞서 9일 해양수산부는 고수온 위기경보 '경계' 단계를 발령했다. 다섯 단계로 이뤄진 위기경보 체계에서 세 번째로 높은 등급으로 한국 해역 37개 가운데 4곳 이상에서 28도가 넘는 고수온이 관측되면 발령된다.
해수부에 따르면 이날 전라남도 해남군 해역 수온은 28.2도, 여수시는 28.5도, 함평군은 29.0도를 기록했다.
비슷한 현상을 겪고 있는 옆나라 일본에는 올해 들어 태풍이 벌써 한 차례 상륙했다.
이번달 6일에 일본 오키나와현에 태풍 '다나스'가 상륙했고, 15일에는 훗카이도와 혼슈 북부에 '나리'가 피해를 입혔다.
일본 기상청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한 해에 일본 본토에 상륙하는 태풍은 세 개인데 태풍 시즌 초기부터 벌써 하나가 일본에 상륙한 것이다. 다나스와 나리 외에도 세파트가 일본에 영향을 미치면서 일본 여러 지역에 집중호우가 내려 산사태와 침수 피해를 입히기도 했다.
후데야스 히로노리 일본 요코하마 국립대 교수는 소프트뱅크뉴스를 통해 "태풍을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 지구온난화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는 온난화 단 하나가 원인이라고만 단언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다만 온난화 영향에 해수온도가 상승해 태풍의 힘이 약해지지 않은 채 일본까지 북상하게 됐다는 경향은 확실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