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래 기자 klcho@businesspost.co.kr2025-06-03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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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총괄사장은 회사가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것을 계기로 스페셜티 사업을 확대해 주주환원 재원을 마련하고 경영권 위협까지 방지해야 할 과제를 안게 됐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금호석유화학이 한국거래소가 주관하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며 석유화학업종에서 대표적 가치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총괄사장은 이를 계기로 스페셜티 사업을 확대해 주주환원 재원을 확대하고 차후 벌어질 수 있는 경영권 위협까지 방지해야 하는 과제가 더 무거워진 상황에 놓였다.
3일 금호석유화학에 따르면 전날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새로 편입된 것을 계기로 기업가치 제고에 더욱 힘쓴다는 계획을 세웠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한국거래소가 진행하는 기업가치 제고 지원 방안 가운데 하나로 기업가치 우수기업에 자금이 모일 수 있도록 돕는다는 취지를 갖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주요 석유화학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밸류업 지수에 들어갔다.
한국거래소는 수익성과 주주환원, 시장평가, 자본효율성, 밸류업 공시여부 등을 고려해 밸류업 지수에 들어갈 기업을 선정한다. 금호석유화학은 자사주 소각,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등의 활동을 바탕으로 밸류업 지수 선정기준을 충족할 수 있었다.
금호석유화학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보통주 1149만6238주를 매입했고 이 가운데 795만2404주, 4720억 원 규모의 자사주(보통주)를 소각했다.
총 발행주식수 3441만1991주 가운데 3분의1가량을 자사주로 매입한 뒤 이 가운데 70%를 소각한 셈이다.
지난 2월 금호석유화학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해당 계획에서는 매출 성장률 6%, 2026년 자기자본이익률(ROE) 7% 이상, 2026년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의 30~40% 수준 주주환원율 유지 등이 핵심 목표로 설정됐다.
금호석유화학은 기업가치 제고 계획과 함께 ‘3대 성장전략’이라는 구체적 실행 방안도 제시했다. 3대 성장전략에는 친환경 자동차 솔루션 강화, 바이오·지속가능 소재 확대, 고부가 스페셜티 제품 전환 가속화 등이 포함됐다.
이로써 금호석유화학은 정기변경을 통해 주요 석유화학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밸류업 지수에 편입될 수 있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꾸준히 이어온 기업가치 제고 활동을 인정받았다”며 “앞으로도 3대 성장전략을 바탕으로 주주환원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석유화학업계에서는 이러한 적극적 기업가치 제고 정책은 경영권 공격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나온다.
박준경 사장의 동갑내기 사촌인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전 상무가 2021년과 2022년, 2024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내놓으며 박 사장의 아버지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게 반기를 들었다. 이렇게 벌어진 이른바 ‘조카의 난’에서의 핵심 쟁점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 등 주주가치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박 전 상무는 2021년 보통주 1주당 1만1천 원, 우선주 1주당 1만1050원을 배당안으로 제시했다. 금호석유화학이 보통주 1주당 4200원, 우선주 1주당 4250원을 배당안으로 제시한 것과 비교하면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2024년에는 차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손을 잡고 이사회 결의 없이 주주총회 결의만으로 자사주를 소각할 수 있도록 하는 정관 변경안, 2024년 말까지 자사주의 50%를 소각하고 2025년 말까지 나머지 50%를 소각하는 안건 등을 정기 주주총회에 제출했다.
성장동력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로 이런 제안이 주주총회에서 비록 통과되지 못했지만 금호석유화학은 이를 계기로 2021년부터 적극적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나섰다.
박준경 총괄사장도 2022년 사내이사에 선임된 당시 “경영진 및 전 임직원은 한 마음 한 뜻으로 주주가치 제고라는 기업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 뒤 박철완 전 상무가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을 하지 않았고 차파트너스와 특수관계를 해소하면서 사실상 경영권 분쟁은 종식됐다.
하지만 박 전 상무의 지분이 8.82%로 개인 최대주주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권 분쟁의 불씨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고 볼 여지가 많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박준경 총괄사장의 지분율은 7.40%,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의 지분율은 6.92%인 것으로 파악된다.
박 총괄사장의 동생인 박주형 부사장이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금호석유화학 주식 매입에 나서며 지분율을 1.08%까지 끌어올렸지만 여전히 박 사장을 포함한 오너가 특별관계자 합산 지분율은 16%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앞으로 조카의 난 같은 경영권 위협에서 우호지분을 확보하려면 주주환원에 힘써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박준경 총괄사장은 주주환원에 필요한 수익성 확보를 위해 스페셜티(고부가제품) 강화에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
▲ 박준경 총괄사장은 스페셜티를 강화해 주주환원에 필요한 재원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총괄사장(왼쪽에서 일곱 번째)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왼쪽에서 여섯 번째) 등 참석자들이 금호폴리켐 2공장 5라인 준공식에서 테이프커팅식을 진행하는 모습. <금호석유화학>
박 총괄사장은 올해 들어 기능성합성고무(EPDM)와 메틸렌디페닐디소시아네이트(MDI) 증설을 마무리 지었다. 이에 앞서 지난해에는 71만톤 규모이던 니트릴부타디엔(NB) 라텍스 생산능력을 94만600톤까지 확대했다.
NB 라텍스 증설 효과는 미국이 중국산 라텍스 장갑에 관세를 높인 영향이 반영되면서 극대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합성고무 분야에서는 범용제품 생산 라인을 고부가가치 제품인 친환경합성고무(SSBR)로 전환하는 결정을 내리며 전기차용 타이어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첨단 소재인 탄소나노튜브(CNT)도 지난해 360톤 규모의 생산체제를 구축한 뒤 올해 본격적 상업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CNT는 배터리의 전기와 전자의 흐름을 돕는 도전재로 활용할 수 있어 이차전지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금호석유화학은 스페셜티 강화에 힘입어 ‘빅4’로 꼽히는 석유화학 기업들 가운데 유일하게 1분기 호실적을 내며 선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올해 1분기 롯데케미칼은 영업손실 1266억 원을 기록했다. LG화학은 석유화학부문에서 565억 원의 손실을 냈으며 한화솔루션은 케미칼부문에서 912억 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집계됐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금호석유화학은 석유화학 업종에서 가장 편안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업황과 실적, 재무구조, 주주정책 등 모든 측면에서 기대할 수 있는 업체”라고 말했다. 조경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