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발 3고 쇼크③] 끝나지 않는 고환율에 고물가·고금리 태풍 오나, 리더십 교체기 한국은행 방향키 어디로 향할까
박혜린 기자 phl@businesspost.co.kr2026-04-06 15:5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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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이란 전쟁 여파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특히 중동의 석유와 가스 수입에 의존이 높은 한국에 에너지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환율 상승과 물가 상승, 금리 인상 압력이 높아지며 ‘3고 쇼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 정부는 이에 대응해 비상대책을 가동하고 있지만 효과는 일시적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결국 주요 기업들이 저마다 생존 전략을 모색하는 일이 중요해졌다. 비즈니스포스트는 중동발 3고 쇼크에 원가 상승과 소비 위축 등 리스크를 극복할 방법을 찾는 경영진의 과제와 향후 대응 방향을 점검한다.
-글 싣는 순서 ①환율·물가·금리 동시 압박, 한국 경제 복합위기 터널 진입 우려 커진다 ②정의선 '위기가 기회' DNA 빛 발할까, 현대차그룹 친환경차와 고환율 무기로 불확실성 정면돌파 ③끝나지 않는 고환율에 고물가·고금리 태풍 오나, 리더십 교체기 한국은행 방향키 어디로 향할까
④한진그룹 중동 사태에 ‘비상경영’ 선언, 조원태 “인위적 구조조정 없다” 약속지킬까
⑤이란 전쟁으로 한전에 높아지는 에너지 원가 압박, 정부 전기요금 개편으로 돌파 의지
⑥흔들리는 증시, 기준금리 상승 압력에 자본시장 ‘역 머니무브’ 우려 커진다
⑦"비싸면 안 산다", 삼성전자 고물가 파도에 '갤럭시 A' 가성비도 전략도 흔들
⑧식품 원가 오르는데 가격은 묶인 CJ제일제당, 윤석환 해외에서 고삐 더 죈다
⑨고물가 쇼크에 통신비 다이어트도 확산되나, 통신 3사 저가 요금제 시장 각축 전망
⑩아성다이소 ‘원가와의 전쟁’은 익숙, 박정부 균일가에 신상품 더해 불황 소비 잡는다
⑪이란 전쟁에 치솟는 공사비, 당장 분양가 반영 등 쉽지 않아 대형 건설사 발 동동
[비즈니스포스트] “인플레이션 파이터(inflation fighter)'로서 중앙은행 본연의 역할이 다시금 중요해지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해지던 2022년 6월 한국은행 창립 제72주년 기념사에서 한 말이다.
▲ 미국과 이란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고환율에 더해 고유가, 고물가 시대에 관한 우려가 커지면서 한국은행 통화정책 운영의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 사진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왼쪽)와 신현송 당시 국제결제은행(BIS) 조사국장이 2023년 2월1일 한은-대한상의 공동세미나에서 대담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이미 2021년 7월 0.50%에서 5차례 인상해 2022년 5월 1.75%로 급격히 올린 뒤였다. 하지만 당시 이 총재의 인플레이션 파이터 면모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 총재는 2022년 7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고 이후에도 8월, 10월, 11월, 2023년 1월 등 4차례 연속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를 3.5%까지 높이며 고물가를 잡기 위한 힘겨운 싸움을 벌였다.
한국은행이 올해 다시 한 번 그때와 같은 어려운 시기에 맞닥뜨릴 가능성이 나온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올라선 가운데 이란전쟁이 불러온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고물가 시대가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더군다나 4년 만의 리더십 교체가 진행되는 만큼 한국은행은 시장 불안을 달랠 수 있는 안정적 통화정책 운용의 중요성이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6일 증권가 전망을 종합하면 한국은행은 10일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할 가능성이 높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에서 “4월 이창용 총재가 주재하는 마지막 금통위에서는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할 전망”이라며 “물가 상승 압력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이 총재의 발언은 매파적(통화긴축)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4월 소비자물가와 에너지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만큼 금통위에서 통화정책 대응력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은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의 무게중심이 긴축적 태도로 기울 것이라는 분석으로 풀이된다.
키움증권도 한국은행 금통위가 ‘매파적 동결’ 기조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경계감이 높아진 동시에 성장둔화 우려가 병존하는 점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의 정책 대응은 관망이 적절하다고 판단한다”면서도 “그럼에도 기대 인플레이션을 낮추기 위한 매파적 색채는 내비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번 금통위의 금리결정에 관해서는 큰 이견이 없는 만큼 시장의 관심은 그 이후 새 총재 체제에서 한국은행의 방향성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과 경기 방어를 두고 정책운영 ‘딜레마’가 심화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통화정책 수장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이다.
신현송 총재 후보자는 실용적 매파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고환율, 고유가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현실화하는 국면에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방향 전환이 나타날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신 후보자는 앞서 2022년 주요 20개국(G20) 글로벌 금융안정 콘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기준금리를 긴축 초반에 급격하게 올리는 결단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신 후보자는 당시 “인플레이션은 처음에는 일부 품목에 국한돼 나타날지라도 점점 그 품목이 많아지는 속성이 있다”며 “그 연결고리를 처음부터 끊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란전쟁 불확실성 확대라는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은 통화정책 딜레마를 더욱 키우고 있다.
국제유가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발전소 등 에너지 인프라시설 폭격 예고에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 한국은행이 4월10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또 한 번 동결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오전 8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직전 거래일보다 1.84% 상승한 배럴당 111.04달러를 보였다. 현지시각 2일 미국과 이란전쟁 종전 기대감이 낮아지면서 하루에 11.4% 급등한 데 이어 오름세가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유가가 오르면 물류비가 비싸지면서 식료품부터 공업제품 등 모든 물건 값이 줄줄이 상승할 수밖에 없다.
한국은 1500원대 고환율 상황도 계속되고 있다.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똑같은 양의 원유나 원자재를 수입할 때도 이전보다 훨씬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한다.
결국 기업들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고 고스란히 소비자 부담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는 모두 금리동결 장기화 나아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다만 경기 전반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올리기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통화긴축 정책으로 경기침체가 더 심화되면 성장은 멈추고 물가는 계속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연 최고 7%대에 오른 대출금리 수준과 연체율 등 건전성 리스크 등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물가와 성장 사이 상충관계가 더욱 커지면서 통화정책 운영의 어려움은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총재 임기는 20일 끝난다. 이를 앞두고 곧 있을 신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도 고환율, 고유가, 고물가 등 ‘3고(高) 시대’ 대응방안이 핵심 화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신 후보자는 3월31일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 출근길에 실용적 매파라는 평가에 관해 “매파냐 비둘기파냐로 나누는 이분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금융과 실물경제 사이 어떤 상호작용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한 뒤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신 후보자는 통화정책 방향에 관한 질문에는 “중동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불확실하기 때문에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세계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서로 연계돼 있는 만큼 다른 선진국들의 통화정책 경로도 지켜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