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YMTC가 낸드플래시 생산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서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2026년 낸드 사업에서 수익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YMTC가 내년부터 낸드플래시 물량을 본격적으로 쏟아내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이어 점유율 3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지난해부터 낸드플래시 가격 상승으로 수익성을 조금씩 개선해왔는데, YMTC의 ‘치킨게임(상대방이 망할 때까지 초저가로 제품을 공급하는 전략)’이 공급과잉을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에서 낸드 공장을 운영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중국의 ‘낸드 자급화’ 기조로 현지 점유율이 줄어들 것이란 위기감도 커지고 있다.
11일 반도체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중국 YMTC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 제재에도 낸드 생산 확대에 속도를 내면서, 2026년에는 일본 키옥시아와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낸드 생산량 3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YMTC는 최근 본사가 위치한 후베이성 우한에 자본금 207억 위안(약 4조 원) 규모의 합작회사를 설립했다. 이는 새로운 공장 건설을 위한 작업으로, YMTC의 3공장은 월 낸드 생산량이 10만 장(웨이퍼 기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YMTC의 현재 낸드 월 생산량은 약 13만 장으로, 세계 낸드 생산량의 약 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올해 말에는 월 생산량이 15만 장으로 늘어나고, 3공장이 가동되면 월 30만 장까지 생산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중국 내 최대 낸드 생산자를 의미한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 1·2 공장에서 월 27만 장, SK하이닉스는 중국 다롄 공장에서 월 10만 장의 낸드를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키옥시아와 마이크론의 낸드 생산능력은 월 20만 장 정도다.
중국 IT매체 이이포커스(eefocus)는 “YMTC는 2026년 말까지 글로벌 낸드 공급의 15%를 차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며 “월 생산량이 20만 장에 도달하면 YMTC는 글로벌 낸드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격 결정력을 확보하게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공장 전경. <삼성전자> |
YMTC의 생산 물량 확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중국산 낸드가 시중에 대량으로 풀린다면 공급 과잉으로, 최근 안정화됐던 낸드 가격이 급락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낸드는 D램 시장과 비교해 경쟁자가 많아 공급 과잉을 유발하기 쉬운 시장으로 평가된다.
2023년 낸드 업황이 악화했을 시기, SK하이닉스는 낸드에서만 약 8조7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다.
게다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수요가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D램과 달리 낸드는 아직 AI에 큰 수혜를 입지 못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 7월 2025년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낸드는 신중한 투자 기조와 수익성 위주의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며 “AI와 관련된 투자가 아직 저장장치 구매까지는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중국과 한국의 낸드 기술 격차도 2년 안쪽으로 좁혀진 것으로 분석된다.
YMTC는 올해 상반기부터 270단 수준의 3D 낸드를 양산하며 SK하이닉스(321단), 삼성전자(286단)와 격차를 크게 좁혔고, 300단 낸드도 개발하고 있다.
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공장은 생산량을 늘리는 것도 제한돼, YMTC의 중국 내 점유율 확대에 대응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미국에서 반도체 지원금을 받은 회사는 향후 10년 동안 중국 공장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량을 5% 이상 늘릴 수 없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정부로부터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를 허가받지 않고 반입할 수 있는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지위를 박탈당하면서, 중국 공장에 반도체 장비를 들여오기가 까다로워졌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VEU 인증 철회 정책이 장기화된다면 중국 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생산라인의 진부화가 진행되며, 중국 내 구공정 반도체 경쟁 구도는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