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앞줄 오른쪽 여섯 번째)이 2025년 8월28일 조용병 은행연합회 회장을 비롯 국내은행 20곳 은행장과 간담회를 갖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
△‘홈플러스 사태’ 관련 MBK파트너스 정조준
금융감독원이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해 대주주 MBK파트너스를 추가 조사한다. 제재 절차에도 본격 착수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025년 8월27일 MBK파트너스 본사에 조사인력을 보내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에서는 기존 채권 발행 관련 의혹뿐 아니라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를 인수할 당시 펀드 출자자(LP) 모집 과정, 차입매수(LBO)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한 부분 등에서 불공정거래가 있었는지 들여다본다.
앞서 금융당국은 2025년 3월 조사에 착수해 MBK파트너스 경영진이 홈플러스 기업회생 절차 준비 과정을 숨긴 채 단기채권을 발행했다는 ‘사기적 부정 거래’ 의혹을 집중적으로 살폈다.
상환전환우선주(RCPS) 상환권 조건 변경에 따라 국민연금 등 투자자의 이익침해 여부도 들여다봤다.
추가 조사 진행에는 이찬진의 의중이 반영됐다.
이찬진은 2024년 참여연대 정책자문위원장을 맡으면서 “국민연금이 MBK파트너스에 투자하거나 위탁운용사로 선정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배임행위”라고 비판했다.
금융감독원은 앞서 2025년 3월 조사를 토대로 MBK파트너스 제재 절차를 개시했다.
금융감독원은 2025년 8월 말 MBK파트너스에 검사의견서를 보냈다.
검사의견서에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 과정에서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 처리와 관련한 불건전영업행위 등이 담긴 것으로 파악된다.
금융당국이 중징계를 결정하면 MBK파트너스는 영업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들이 위탁운용사 취소 결정을 내릴 수 있어서다.
금융당국 제재 수위는 등록취소, 영업정지, 기관경고, 기관주의 순이다. 기관경고 이상이면 중징계로 분류된다.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에 힘 실어
이찬진은 금융감독원장 취임 뒤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의지를 강력히 드러냈다.
이찬진은 2025년 8월28일 20개 국내은행 은행장과 간담회에서 “금융 감독·검사의 모든 업무 추진에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유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든든한 파수꾼’으로서 엄정히 대응해 나갈 것임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은행장 간담회는 이찬진이 금융감독원장으로서 금융업계와 만나는 첫 공식석상이었다.
금융권이 이찬진의 메시지에 촉각을 세운 상황에서 ‘소비자보호 강화’를 1순위로 꼽은 것이다.
이찬진은 취임사에서도 소비자보호에 방점을 찍었다.
이찬진은 2025년 8월14일 취임사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대폭 강화하겠다”며 “금융소비자를 더욱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소비자보호처의 업무체계 혁신과 전문성·효율성 제고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권의 소비자보호 실태에 대한 모니터링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필요시 감독·검사 기능을 적극 활용해 소비자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겠다”며 “금융범죄에 대해서는 수사당국과 긴밀하게 공조하는 등 금융감독원의 모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찬진은 취임 직후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하는 금융소비자들을 직접 만나려 했다. 다만 주변의 만류로 만남은 이뤄지지 않았다.
△금융감독원장으로 ‘깜짝’ 선임
이찬진은
이재명 정부의 첫 금융감독원장으로 발탁됐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8월13일 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이찬진의 임명을 제청했다.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위원회 의결과 금융위원장 제청을 거쳐 대통령이 임명한다. 금융위원장 등과 달리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는다.
이찬진의 선임을 두고 ‘깜짝 인선’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찬진은 앞서 금융감독원장 하마평에 조차 등장한 적이 없었다. 시장에서는 금융감독원장 후보로 홍성국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손병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등을 예상했었다.
게다가 이찬진이
이재명 대통령의 ‘찐친(진짜 친구)’으로 분류되는 점에도 이목이 쏠렸다.
이찬진은
이재명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다.
이재명 대통령의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과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변호를 맡은 인물이기도 하다.
이재명 정부에서는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장을 맡아 새 정부 보건·의료 정책을 설계했다.
여기에 더해 과거
이재명 대통령에게 5억 원을 빌려준 사실도 재조명됐다.
이재명 대통령은 경기도지사 재직 당시 정부공직자윤리위 재산 공개에서 ‘사인 간 채무 5억 원’을 신고했다. 이찬진이
이재명 당시 경기도지사의 아파트를 담보로 잡고 5억 원을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통령이 자신의 측근을 금융감독원장에 꽂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이찬진은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 이력을 제외하면 금융 관련 경력이 부족하다고 평가된다.
이찬진은 서울대학교 법대 사법학과를 졸업했다. 제28회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로 활동했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 서울시 여성가족재단 이사,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장 등을 지냈다.
다만 금융위원회는 이찬진을 금융감독원장에 임명 제청하면서 “이찬진 내정자는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금융회사의 신뢰 회복, 금융소비자 보호 강화 등 금융감독원의 당면과제를 수행할 적임자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찬진의 경력에 대해서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과 참여연대 집행위원장을 지냈고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경제·금융 전문가”라고 설명했다.
이어 “벤처 창업·상장기업 등 다수 기업에 자본시장 회계 관련 법률 자문과 소송을 수행하는 등 직무수행 능력이 탁월하다”고 덧붙였다.
| ▲ 이찬진 제일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오른쪽)가 2025년 6월16일 서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정기획위원회 출범식에서 이한주 위원장으로부터 사회1분과장 위촉장을 받소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장 활동
이찬진은
이재명 정부 국정기획위원회 사회1분과장을 맡아 의료·노동·저출생·노후 관련 국정과제를 수립했다.
국정기획위원회는 2025년 8월13일 국민보고대회에서 123대 국정과제와 564개 세부 계획을 발표했다.
부문별 활동과 성과에 따르면 사회1분과는 노인·장애인·정신질환자 등에 대한 돌봄서비스 확대, 출산·육아지원 확대, 기초생활보장제도 대상확대·기준개선, 청년 국민연금 보험료 지원 등 과제를 제시했다.
국민 건강권 측면에서는 필수의료 확충과 간병비 부담 완화, 노동권 측면에서는 산재보상 국가책임제, 실노동시간 단축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한 여성가족부를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해 디지털성범죄와 교제폭력 대응을 강화하고, 참전유공자 등에 대한 보상과 예우를 강화하는 과제도 수립했다.
저출생, 노후 불안, 산업재해, 교제폭력·디지털성범죄 등 대한민국 사회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바탕으로 도출한 과제다.
이 같은 국정과제 수립을 위해 이찬진은 사회1분과장으로서 다양한 의견을 들었다.
2025년 7월8일에는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여성·가족·청소년 분야 공약을 국정과제로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정책협의도 진행했다.
민주노총 측은 6대 핵심 요구사항 관련 신속한 입법을 요구했다.
6대 요구사항은 노조법 개정과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노동자성 인정, 5인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 근로기준법 적용, 비정규직 차별 철폐, 작업 중지권 보장과 모든 노동자에게 사망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적용, 초기업 교섭의 제도화 등이다.
이찬진은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계의 현안이 무엇이며 새 정부가 책임질 부분이 어떤 것인지 등을 유념하면서 국정 과제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위원회는 2025년 6월16일 출범했다. 기획위원 55명이 참여해 60일 동안 활동했다. 100대 국정과제를 정리하고 과제별 추진 시점과 목표 등을 정해 ‘국정운영 5개년 계획’ 마련이라는 새 정부의 핵심사안을 다뤘다.
| ▲ 이찬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오른쪽)이 2013년 4월8일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앞에서 열린 ‘보건복지부의 진주의료원 사태 해결 요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민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활동
이찬진은 시민사회에서 오래 활동하면서 공익을 추구하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
1992년부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회원으로 활동했다. 공익소송위원회 위원장, 사회복지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았다.
2010년에는 부회장에 선임됐다.
공익소송위원장 시절 시민사회단체들을 대상으로 ‘연대를 통한 공익소송 활성화’ 관련 간담회를 열었다. 공익소송을 폭넓게 진행하기 위함이었다.
2003년에는 쟁의행위를 이유로 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 철회와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위한 법조인 선언에 참여했다.
당시 두산중공업(현 두산에너빌리티) 근로자가 파업 관련 수십억 손해배상 청구와 임금 가압류에 항의해 목숨을 끊는 일이 발생했다. 이는 ‘노란봉투법’의 시작점에 있는 사건으로 여겨진다.
이외 이라크전쟁 국군파병 철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졸속 협상 반대, 제주해군기지 건설 중단 등에 목소리를 냈다.
참여연대 초창기에 합류해 30년 가까이 활동을 이어왔다.
이찬진은 참여연대에 합류한 배경이 ‘밥 한 끼’였다고 설명한다.
2016년 인터뷰에서 “1994년
박원순 변호사와 밥을 먹으러 나갔더니 조흥식, 이영환, 윤찬영, 김연명 교수가 있었다”며 “복지정책운동을 하는데 법률적 자문이 필요하니 같이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 식사자리 직후 참여연대 창립총회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찬진은 참여연대에서 사회복지위원장, 집행위원장, 정책자문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기억에 남는 활동으로는 1997년 국민연금 관련 공공자금관리기금법 위헌을 다툰 헌법소송을 꼽았다.
이찬진은 “기획소송을 통해서 이슈화가 되고 소송에서 패소했지만 결과적으로 법률이 폐지되는 것을 경험했는데 아주 인상적이었다”며 “국민연금의 기금 독립이 중요하고 기금을 함부로 재정자금으로 쓰지 못하게 하는 내용들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고 말했다.
공공자금관리기금법 5조가 폐지된 배경을 두고는 “판사, 헌법재판관들과 같은 공무원들도 정부가 국민연금 기금을 이렇게 마음대로 쓰는 것을 보면, 내가 나중에 받을 공무원연금도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사건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자기 이익에 충실한 것이 사회발전에 기여를 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며 “역설적이지만 자기 이해관계를 생각한 사람들이 모이면 그것이 공익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하게 됐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