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 전기차 전략 '원점으로 리셋' 예고, SK온 배터리 공장 존재감 커진다

▲ 미국 켄터키주 글렌데일에 위치한 블루오벌SK 배터리 공장에서 6월27일 크레인이 기업명을 외벽에 그리는 작업을 마무리짓고 있다. < 블루오벌SK >

[비즈니스포스트] 미국 완성차 기업 포드가 '전기차 전략 대전환'을 예고해 배터리 핵심 협력사인 SK온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른 완성차 기업 GM은 LG에너지솔루션과 배터리 협업을 강화해서 중저가 전기차를 추진하는데 포드와 SK온 또한 이러한 노선을 따를 가능성이 크다. 

짐 팔리 포드 최고경영책임자(CEO)는 7월31일(현지시각) 진행한 2분기 콘퍼런스콜에서 “놀랄만한 전기차와 플랫폼을 설계해 미국에서 만들 계획을 8월11일 켄터키주에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짐 팔리 CEO는 이어 “(전기차 부문에서) ‘모델 T’의 순간을 맞이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1908년에 나온 모델 T는 포드가 보급형 차량의 대량 생산에 성공했음을 보여주던 상징적 유산이다. 포드가 전기차에서도 이러한 제품을 내놓겠다는 야심을 드러낸 것이다. 

이와 관련해 포드는 SK온과 합작법인 ‘블루오벌SK’를 2022년 7월13일 공식 출범한 뒤 켄터키와 테네시에 전기차용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다. 

켄터키 제1 공장은 이번 3분기에 일부 라인부터 단계적으로 상업가동(SOP)를 진행한다는 일정을 제시하고 있다. 테네시주 합작공장도 내년 가동을 시작한다.

포드가 SK온과 합작공장 가동이 임박한 시기에 전기차 전략 대전환을 발표하려 하는 셈이다. 

짐 팔리 CEO는 “우리는 파트너십에 집중하고 있다”며 “전기차를 위한 파트너십은 올바른 전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강조했다.

포드는 이번 전략 발표에서 중저가 전기차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공식화할 것으로 보인다. 

전기차 사업에서 매년 수십억 달러씩 손실이 쌓이고 있어 수익을 낼 수 있는 현실적 방안에 집중하겠다는 이야기다.

올해 2분기에도 포드 전기차 사업부인 ‘모델e’는 13억2900만 달러(약 1조8600억 원)의 순손실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손실 규모가 1억7900만 달러(약 2500억 원) 불어났다. 

이에 SK온이 포드와 합작공장에서 저가형 전기차에 맞춤형 배터리를 생산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SK온은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개발을 내부적으로 완료하고 2026년경 양산을 노리고 있다. 포드와 공장에도 이를 도입할 수 있다는 뜻이다.
 
포드 전기차 전략 '원점으로 리셋' 예고, SK온 배터리 공장 존재감 커진다

▲ 2014년 2월16일 호주 빅토리아주 질롱에서 열린 행사에 1909년형 포드 모델T가 전시돼 있다. <플리커>

포드는 현재 중국 CATL과 미국 미시간주에 LFP용 배터리 공장을 짓고 있다. CATL이 포드에 배터리 제조 기술을 라이선스 방식으로 제공하는 형태이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이 CATL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는 데다 중국 당국 또한 배터리 기술 해외 반출을 제한해 불확실성이 커졌다.

닛케이아시아는 7월28일자 기사에서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중국 당국이 배터리 기술 반출을 제한하는 규정을 도입해 포드와 미시간주 공장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포드가 중저가 배터리를 SK온에 의존하면 SK온이 반사 이익을 누릴 가능성이 있다. 

미국 완성차 기업과 한국 배터리 회사가 기존 합작공장에 LFP 생산 라인을 설치하는 전례도 있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그렇게 했다. 

GM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올해 7월14일 테네시주 스프링힐 공장의 라인을 재편해 2027년 말 LFP 양산 체제를 갖추겠다고 발표했다. 

원래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삼원계(NCM) 배터리를 제조하던 라인인데, 이를 저가의 LFP 배터리 양산 라인으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GM은 전기차 시장 개막 초기부터 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에 기반해 ‘볼트’와 같은 보급형 모델을 앞세워 판매 성과를 거뒀는데 포드와 SK온이 이를 ‘벤치마킹’할 수 있다. 

더구나 미국 트럼프 정부가 전기차 구매자에게 제공하던 최대 7500달러(약 1050만 원) 세액공제 혜택을 올해 9월 말 폐지하는 법을 통과시켜 중저가 차량을 선보여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요컨대 포드가 사업 전략을 원점에서부터 재검토해 중저가 차량을 앞세우는 과정에 SK온이 중요한 역할을 맡을 공산이 크다.

다만 닛케이아시아는 짐 팔리 CEO가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이 높은) 중국과 경쟁하려면 스스로를 몰아붙여야 한다”고 말해다고 전하면서 앞으로 SK온을 비롯한 협업사도 비용 절감 압박을 받을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