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구 '덕력'으로 세운 글로벌 공룡 웹툰엔터테인먼트, 네이버 글로벌 전략의 핵심 되다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사장은 네이버의 웹툰 사업 전체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김 대표를 창업자(Founder)라고 소개하고 있기도 하다. <그래픽 씨저널>

[비즈니스포스트] 창업자(Founder). 네이버의 글로벌 웹툰 사업 자회사 웹툰엔터테인먼트가 나스닥 시장에 상장할 당시,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신고서에 적혀있던 김준구 웹툰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 사장의 직책이다.

창업자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로 김준구 대표는 네이버의 웹툰사업 전체를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네이버의 웹툰사업 전체가 김준구 대표의 ‘덕력’ 위에 세워져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2004년 네이버에 개발자로 입사해 ‘네이버웹툰&소설’이라는 사내독립기업(CIC)의 대표로 일하다 2017년 네이버가 웹툰사업부를 분할해 네이버웹툰을 세울 때 네이버웹툰 대표를 맡았다. 

이후 네이버가 2020년 네이버웹툰의 미국 지사 웹툰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할 때 창업자로 이름을 올렸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2025년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도 김 대표를 창업자 겸 CEO (Founder and CEO)로 소개했다.

◆ 자타공인 만화광, ‘덕력’을 조직 언어로 바꿔내다

김 대표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가 바로 ‘만화광’이다. 네이버웹툰의 대표로 일하면서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로 다음 만화의 원고를 누구보다 빨리 볼 수 있다는 점을 꼽은 적도 있다.

어릴 때부터 모은 만화책이 1만 권 수준에 이르며, 심지어 같은 만화책을 세 권씩(소장용, 독서용, 대여용) 들여놓는 방식으로 만화책을 수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작자인 이현세 작가 본인도 소유하지 못한 ‘아마게돈’의 단행본 마지막 권을 김 대표가 소장하고 있다는 것은 만화업계에서 이미 유명한 이야기다. 

이런 김 대표의 ‘덕력’은 네이버웹툰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웹툰 플랫폼으로 키워내는 원동력이 됐다. 

웹툰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작가들을 키워내고, 유명 작가들을 플랫폼으로 포섭하는 시스템이다. 

김 대표는 이런 측면에서 국내 웹툰업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갖춘 인물로 평가받는다.

아마추어 작가들이 유료 연재작가로 데뷔하기 위해 거쳐가는 플랫폼인 ‘도전 만화’, ‘베스트 도전’ 등의 시스템이 그의 손에서 탄생했다. 프로 작가 단계에 도달하지 못한 아마추어작가들이 작품과 댓글 등을 관리하고 수익 창출을 꾀할 수 있는 시스템인 ‘웹툰 크리에이터스’ 역시 웹툰엔터테인먼트가 자랑하는 시스템이다.

김 대표는 웹툰 산업의 초창기부터 작가들과 함께 일해온만큼 웹툰 작가들과 굉장히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기도 하다.

조석 작가의 ‘마음의 소리’, 박태준 작가의 ‘외모지상주의’, 신의철 작가의 ‘내일은 웹툰’, 정다정 작가의 ‘역전! 야매요리’, 김선권 작가의 ‘수사9단’, 가스파드 작가의 ‘선천적 얼간이들’ 등 여러 유명 웹툰에 김 대표를 모티프로 한 캐릭터가 등장하기도 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수익구조 역시 작가친화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수익을 작가에게 배분하는 비율 자체도 웹툰 플랫폼 가운데 최상위권이며 ‘작품을 매개로 발생한 수익은 반드시 작가와 공유한다’라는 김 대표의 원칙에 따라 작품을 통한 광고 수익 등도 작가와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준구 대표의 ‘덕력’이 네이버웹툰의 경영 철학으로 발전하고, 이 경영 철학이 네이버웹툰 성장의 밑거름이 된 셈이다. 

김 대표는 올해 6월 미국 LA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리더 500인’에 선정됐고 비영리단체 골드하우스가 발표한 ‘2025년 미국의 영향력 있는 아시아 100인(A100)’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덕력’을 통해 쌓아올린 금자탑이다. 

김준구가 키워낸 웹툰 사업, 네이버 전체 글로벌 전략의 핵심 되다

네이버는 현재 커머스 사업과 검색엔진 사업에서 창출되는 막대한 양의 현금을 바탕으로 AI와 콘텐츠라는 두 가지 종류의 미래를 쌓아나가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의 2025년 상반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네이버는 서치플랫폼(검색)과 커머스 사업에서 전체 매출의 64.8%가 발생했다.

반면 6월30일 기준 네이버가 연구하고 있는 항목(보고서에서 연구가 ‘진행중’으로 표시된 항목) 150개 가운데 105개 항목(약 70.5%)이 AI, 콘텐츠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의 연구개발비용은 올해 상반기 기준 1조386억 원에 이르며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18.2%다. 

네이버 미래의 두 축인 AI와 콘텐츠 가운데 글로벌 무대에서 더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사업은 콘텐츠, 그 가운데서도 ‘웹툰’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의 2025년 상반기 실적발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전체 유료 콘텐트 매출(paid content revenue) 가운데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9.5%밖에 되지 않는다. 유료 콘텐트 매출의 70%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월간활성사용자(MAU)는 1억7천만 명 이상, 서비스 국가는 150개 나라에 이른다.

해외 매출의 대부분이 일본(전체 유료 콘텐츠 매출의 58.2%)에서 발생한다는 약점이 있긴 하지만, 최근에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메이저리그인 미국에서도 웹툰엔터테인먼트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디즈니와 글로벌 콘텐츠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했다고 8월13일 발표했다. 발표 직후 나스닥 시장에서 웹툰엔터테인먼트 주가는 하루 만에 81.2% 폭등했다. 

‘아시아의 디즈니’를 내걸었던 회사가 그 롤모델과 협업하는 단계에 올라선 것이다. 

김 대표는 2024년 웹툰엔터테인먼트의 나스닥 상장 당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주니어 시절 웹툰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를 아시아의 디즈니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라며 “디즈니처럼 훌륭한 작품들을 글로벌로 배급할 수 있는 배급망,  지식재산(IP)을 갖춤과 동시에 디즈니처럼 100년 넘게 가는 회사를 만들겠다는 꿈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 글로벌 사업 성장 전략은 투트랙, 기술과 IP

웹툰엔터테인먼트 성장 전략의 핵심은 ‘기술’과 ‘IP 기반 사업 확장’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창작자를 위한 AI 창작 지원과 작품 추천 도구를 적극적으로 도입하면서 기술과 콘텐츠의 접목을 이뤄나가고 있다. 특히 상장을 통해 확보한 4386억 원의 자금 가운데 1808억 원을 AI를 포함한 미래 기술 개발에 투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AI와 웹툰이 결합된 서비스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바로 ‘캐릭터챗’ 서비스다. 캐릭터챗은 웹툰의 캐릭터를 학습한 AI와 채팅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서비스로, 실제 캐릭터와 대화하는 것 같은 환상을 사용자들에게 선사해주는 서비스다.

캐릭터챗은 2024년 6월 출시됐는데, 웹툰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출시 1년만인 2025년 6월 기준 누적 접속자 수 350만 명, 메시지 1억 건을 넘겼다. 

웹툰엔터테인먼트 콘텐츠 전략의 또다른 핵심인 ‘원소스 멀티유즈’는 웹소설을 웹툰으로, 웹툰을 드라마·영화로 확장하는 전략이다. 최근 몇 년 사이 ‘스위트홈’, ‘지금 우리 학교는’, ‘마스크걸’ 등 100개 이상의 웹툰 IP가 영상 콘텐츠로 제작됐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영상 플랫폼을 통해 이런 영상 콘텐츠들이 손쉽게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길이 마련되면서 글로벌 유저들을 또다시 네이버 웹툰으로 끌어들이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 아직도 풀리지 않은 수익성의 덫

다만 풀어야 할 숙제도 있다. 바로 수익성이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2024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13억5천만 달러(약 1조8823억 원), 영업손실 1억70만 달러(약 1400억 원)를 냈다. 2023년보다 매출은 5.1% 늘었지만 영업손실 역시 확대됐다.

2024년 1분기에 처음으로 분기 기준 영업흑자를 내면서 2024년에는 연간 적자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었지만 2분기, 3분기, 4분기 모두 영업적자를 내면서 오히려 적자 규모가 더 커졌다. 

수익성 개선의 실마리는 보이고 있다. 올해 2분기에 웹툰엔터테인먼트는 연결기준으로 매출 3억4827만 달러(약 4857억 원), 영업손실 876만 달러(약 122억 원)을 냈다. 2024년 2분기보다 매출은 5.5% 늘었고 영업손실은 무려 89% 감소했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각 시장 상황에 맞춘 서로 다른 전략을 통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계획을 세우고 있다.

웹툰엔터테인먼트는 북미와 유럽 등 유료 결제 문화가 자리잡지 않은 지역에서는 광고 기반 수익모델(AVOD)을 중심으로 수익화를 꾀하고 디즈니 등 글로벌 콘텐츠 업체들과 협력하며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반면 한국, 일본 등 웹툰 문화가 이미 뿌리내린 지역에서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맞춤 웹툰 추천, 캐릭터챗 서비스 등을 통해 유료 독자 증가에 전략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