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5월30일 미국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현대차그룹과 SK텔레콤을 비롯한 한국 기업은 자체 제조 또는 외부 협업을 통해 수년 전부터 전기 헬기(전기수직이착륙 항공기)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데 테슬라 진입을 계기로 기대감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3일(현지시각) 포천에 따르면 전기수직이착륙 항공기(eVTOL) 시장에 테슬라 진출 가능성이 큰 변수로 떠올랐다.
증권사 모간스탠리가 최근 보고서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경영에 본격 복귀한 뒤 추진할 새 신사업으로 eVTOL을 거론했기 때문이다
투자전문지 팁랭크스는 2일 모간스탠리 보고서를 인용해 "테슬라가 드론과 전기 비행기를 비롯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할 가능성에 주목할 때"라고 진단했다.
일론 머스크도 3월20일 열린 직원 전체 회의에서 “전기 제트기 사업을 고려해본 적이 있다”라고 직접 말했다.
이에 테슬라와 같은 대형 기업 진출을 계기로 전기 헬기 시장이 본격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수직이착륙 항공기(eVTOL)는 이름 그대로 전기 동력으로 프로펠러를 돌려 수직으로 뜨고 내리는 항공기다.
활주로가 불필요하고 소음이 적어 ‘에어택시’를 포함한 도심항공교통(UAM) 분야 활용성에 핵심 기체로 꼽는다.
그러나 아직까지 상업화 단계에 다다른 기업은 없으며 세계 일부 지역에서 신생기업을 중심으로 시범 운행만 진행하는데 테슬라 진입으로 상황이 바뀔 수 있다.
포천은 “릴리엄(Lilium)과 볼로콥터(Volocopter)를 비롯한 많은 유망 업체가 서비스 도입 이전 재정적 어려움에 직면했다”라고 설명했다.
테슬라가 배터리와 인공지능(AI) 기술, 수직통합 공급망을 갖추고 있어 항공 분야 진출이 손쉬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항공 전문매체 AV포일은 “테슬라는 업계를 선도하는 배터리 기술과 AI 자동화, 수직통합 공급망을 갖추고 있다”며 “전기 항공기 상업화를 10년 안으로 실현할 역량의 80%를 확보했다”라고 분석했다.
더구나 미국 트럼프 정부가 eVTOL 시장 선점을 노린다는 점 또한 테슬라가 이 분야 사업에 진출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전기 비행기는 군사무기로서도 유망 산업으로 꼽는데 중국이 현재 글로벌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영역으로 평가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이러한 산업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을 노린다면 AI 기술과 제조 공급망에 강점을 갖추고 있는 테슬라가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
숀 더피 미국 교통부 장관은 “대중교통을 근본적으로 뒤바꿀 eVTOL 분야를 미국이 선도하도록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고 포천이 보도했다.

▲ 조비에비에이션의 eVTOL 기체가 4월3일 미국 뉴욕시 도심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조비에비에이션>
자율주행 무인 차량호출 서비스인 ‘로보택시’와 마찬가지로 대기업 진출이 그동안 부재했던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 기업에 기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UAM을 차세대 먹거리 가운데 하나로 고려하며 여러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중장기 시너지를 추진하는 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슈퍼널이 대표 사례로 꼽힌다. 슈퍼널은 현대차그룹이 UAM 부문을 2021년 12월 별도 사업부로 분사해 설립한 미국 법인이다.
현대차는 중장기 모빌리티 비전의 일환으로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미국 항공당국(FAA) 인증을 추진하고 있으며 UAM 기체 시제품도 공개한 바 있다.
SK텔레콤과 카카오도 각각 미국 조비에비에이션, 아처에비에이션 등 글로벌 eVTOL 기업과 협업해 한국형 도심항공 실증사업 참여로 상용화 교두보 마련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은 조비에비에이션에 1억 달러를 투자하고 2% 가량 지분을 확보했다고 2023년 6월29일 공시하기도 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2억5000만 달러를 들여 아처에비에이션의 기체 ‘미드나잇’을 최대 50기까지 사겠다는 구매 의향서를 전달했다고 2024년 5월31일 발표했다.
이들은 전략적 투자 및 운용 파트너십을 통해 초기 시장 선점 효과를 노리고, 향후 교통 플랫폼 확대 및 통신·지도·결제 연계 서비스로 수익 구조 다변화를 도모한다.
조비에비에이션은 사우디아라비아에 에어택시 200대를 도입하기로 현지 기업과 양해각서(MOU)를 2일 체결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 MOU는 10억 달러 규모 사업을 다룬다.
이렇듯 구체화된 사례가 조금씩 나오다 보니 테슬라의 진입으로 eVTOL 시장 성장이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재명 정부 출범도 한국 eVTOL 관련 기업에 긍정적 요소다. 이 대통령은 첨단 모빌리티 관련 기술에 세금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을 과거에 밝혔던 적이 있다.
이 대통령은 2023년 3월1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EV트렌드 코리아’ 전시장을 당시 당대표 자격으로 방문해 “첨단 모빌리티 관련 기술도 국가 전략기술로 지정해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전기자동차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요컨대 테슬라 진출을 계기로 글로벌 eVTOL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면 한국 기업도 다방면으로 수혜를 기대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포천은 “일론 머스크는 일단 자율주행 로보택시와 휴머노이드 로봇에 관심을 쏟고 있다”라며 테슬라의 eVTOL 진출은 아직 불투명하다는 점을 함께 짚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