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HBM '소캠' 시장 하반기 본격 개화, SK하이닉스·삼성전자 주도권 경쟁 치열해진다

▲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5년 하반기 제2의 HBM으로 불리는 ‘소캠(SoCAMM) ’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올해 하반기부터 제2의 ‘고대역폭메모리(HBM)’로 불리는 소캠(SoCAMM)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가 올해 도입할 소캠 물량은 최대 80만 장 수준에 그치지만, 최근 저전력 인공지능(AI) 반도체의 필요성이 부각되는 것을 고려하면, 향후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SK하이닉스가 HBM 경쟁 우위를 소캠으로 이어가는 데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HBM의 실기를 소캠에서 만회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25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마이크론이 엔비디아의 소캠 공급사로 선정된 가운데 SK하이닉스도 하반기부터 고객사에 소캠 제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고, 삼성전자도 소캠 양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등 차기 AI 메모리 주도권을 둘러싼 경쟁을 예고하고 있다. 

소캠(SoCAMM)은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차세대 메모리 모듈 표준으로, 저전력 D램인 LPDDR을 여러 층으로 쌓아 조립한 메모리반도체다. 
 
데이터 전송 통로(I/O) 수가 크게 늘어나 고성능 컴퓨팅, AI 연산에 적합한 데다 작은 폼팩터에 분리 가능한 모듈 형태여서 AI PC에 활용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HBM 대비 가격이 저렴하고 전력효율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어 AI 데이터센터에서 HBM을 보완하는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

소캠의 가격은 HBM의 3분의 1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엔비디아는 올해 최대 80만 장의 소캠을 도입해, 차세대 개인형 AI PC ‘DGX 스테이션’과 차세대 AI 칩 ‘루빈’ 등에 탑재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강호 대신증권 연구원은 “소캠은 차세대 반도체 시장의 한 축으로, 엔비디아가 AI 영역을 확대한 과정에서 범용 반도체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며 “마이크론이 주도적으로 개발, 양산을 준비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마켓리서치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소캠을 포함한 저전력 D램 시장은 2026년부터 2033년까지 연평균 8.1%씩 성장해 258억 달러(약 35조5천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제2의 HBM '소캠' 시장 하반기 본격 개화, SK하이닉스·삼성전자 주도권 경쟁 치열해진다

▲ SK하이닉스가 2025년 3월 공개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위)와 저전력 메모리 모듈 '소캠(SOCAMM)' 이미지. < SK하이닉스 >

소캠은 이제 막 시장이 개화되는 만큼 HBM과 달리 아직 뚜렷한 선두주자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따라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초기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와 오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소캠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것으로 분석된다.

소캠은 D램 공정 기술력뿐만 아니라 반도체를 하나로 쌓아올리는 ‘패키징’ 기술이 중요한데, SK하이닉스는 이미 HBM에서 패키징 기술의 우위를 입증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월 열린 엔비디아 AI 개발자 콘퍼런스 ‘GTC 2025’에서 소캠 시제품을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세대 소캠을 선제적으로 개발하며 지각변동을 노리고 있다.

회사가 최근 발표한 ‘2025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따르면 2세대 소캠은 기존 DDR 기반 서버용 모듈 ‘RDIMM’과 비교해 소비 전력이 50% 줄어든다. 또 RDIMM 대비 데이터의 입출력(I/O) 개수 확대로 동일 용량 기준 성능이 약 90% 향상된다.

삼성전자는 LPDDR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만큼, LPDDR 기반의 소캠에서 우위를 점하기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삼성전자의 LPDDR 점유율은 50%를 넘어선다.

대만 IT매체 디지타임스는 “소캠은 시장 기회 측면에서 HBM의 잠재적 경쟁자로 기대되고 있다”며 “1세대 소캠을 아직 상용화하지 못한 삼성전자는 2세대 제품을 개발하며, AI 메모리 경쟁구도를 뒤집기 위해 조용히 움직이고 있다”고 분석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