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사주 의무 소각을 담은 법안이 잇따라 발의되되면서 제약업 지주사 가운데 자사주 비중이 높은 대웅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웅>
22일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사주 소각을 원칙화하고 예외적 보유 시 공시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은 ‘상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재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자사주를 원칙적으로 취득 즉시 소각하도록 하고, 법 시행 전 상장회사가 보유한 자기주식도 6개월 이내에 소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만 임직원 보상, 공모발행 전환사채 및 신주인수권부사채 권리행사,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에 따른 자사주 보유 등은 소각 의무에서 예외로 제시됐다.
이번 법안은 일정 기간 이내 소각을 전제로 한 자사주 매입만 허용할 뿐만 아니라, 기존 보유 자사주에도 소급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회를 통과한다면 기업의 자사주 활용 전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자연스럽게 제약사 지주사 가운데 자사주 비율이 가장 높은 대웅에게 시선이 쏠리고 있다. 올해 3월 말 기준 대웅의 자사주 비율은 29.7%에 달한다. 녹십자홀딩스 8.4%, 종근당홀딩스 5.0%, 동아쏘시오홀딩스 1.6%, 한미사이언스 1.0%와 비교해도 확연히 높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우호 지분 확보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 우회적 지배력 강화 도구로 여겨진다. 분쟁 상황이 아니더라도 오너 일가가 전략적으로 지배력을 유지·강화하는 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과거 대웅이 자회사 대웅제약의 자사주를 매입해 지배력을 높인 사례가 대표적이다.
대웅은 자회사 대웅바이오로부터 받은 배당금을 활용해 또 다른 자회사인 대웅제약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했다. 대웅제약은 2020년부터 지주사 대웅에 자사주를 순차적으로 매각했다. 2020년, 2021년, 2023년 세 차례에 걸쳐 각각 44만1826주를 300억 원에, 30만6513주를 400억 원에, 43만7062주를 500억 원에 매각했다. 이 과정에서 대웅이 보유한 대웅제약 지분은 41.25%에서 51.48%으로 늘어났다.
매년 수백억 원대에 이르는 자회사 대웅바이오의 배당금 덕분에 별다른 자금 조달 없이 이 같은 지배력 확대가 가능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대웅바이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배당금은 2020년 300억 원, 2022년 400억 원, 2023년 500억 원이었다.
그러나 자사주 취득 후 일정 기간 내 소각이 의무화될 경우, 장기간에 걸쳐 자사주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 대웅이 보유 중인 자사주를 어떻게 처리할 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 대웅이 보유 중인 자사주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시장의 관심사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대웅의 자사주 소각은 지배권 변화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현재 대웅은 자사주 비중이 높아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으나, 자사주 소각 의무화 법안 추진으로 인해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소각 시에는 주주 친화적 경영으로 전환될 수 있지만, 대주주 지배력 약화 우려도 있다”고 밝혔다.
과거 자금을 투입해 취득한 자산인 만큼, 대웅으로서는 자사주 소각 의무가 소급 적용되기 전에 이를 활용해 회사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움직임이 나올 수 있다.
타법인 지분 매입이나 재단을 통한 우호지분 등 전략적 활용 가능성이 제기된다. 광동제약은 2020년 자사주를 타법인 지분 매입에 활용했다. 당시 광동제약은 자사주 150만 주를 약 95억 원에 바이넥스에 매각했고, 바이넥스는 자회사인 미국 신약 개발사 페프로민 바이오의 주식 40만 주를 광동제약의 100% 자회사 케이디인베스트먼트의 투자조합에 넘기는 방식으로 협력 구조를 마련했다.
재단에 일부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제약사들은 경영권 안정과 승계를 위해 재단을 우호지분 확보 수단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2024년 한미사이언스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가현문화재단(지분율 5.02%)과 임성기재단(지분율 3.07%)의 지분이 송영숙 회장 및 임주현 부회장 측 우호지분으로 활용됐다.
윤재승 대웅제약 최고비전책임자(CVO)가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대웅재단 역시 현재 대웅 지분 9.98%, 대웅제약 지분 8.62%를 보유한 2대 주주로 그룹 안정에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대웅 관계자는 “자사주에 대해서는 활용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짧게 말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