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Is] 구자은 LS그룹 회장, 2차전지와 해저케이블 양 손에 쥐고 진격 재생시간 : 0:0  |  조회수 : 13,127  |  서지영

[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국내 20대 그룹 중에서 올해 자산 순위가 상승한 기업은 두 곳이다. 자산 순위 6위에서 5위로 올라선 포스코그룹, 17위에서 16위로 올라선 LS그룹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LS그룹은 최근 2차전지, 전기차 분야의 성장성이 부각되면서 투자자들의 커다란 기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사실 LS그룹은 그동안 일반 소비자들에게 인지도가 높은 곳은 아니었다. 주력 사업들이 전선, 구리, 전력기기 등 기업대기업(B2B) 사업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사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룹 전체의 이미지 역시 세련됨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최근 LS그룹의 색깔이 달라지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구자은 LS그룹 회장이 있다.

구자은 회장은 취임 2년차를 맞아 광폭 행보를 보이며 그룹의 체질을 바꿔나가고 있다. 배터리, 전기차 등 세계적으로 열기가 높은 사업들을 중심으로 조 단위의 과감한 투자를 통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재편해 나가고 있다.

외부 행보 역시 적극적이다. LS그룹의 이전 수장들과는 달리 유튜브 광고에도 직접 등장하면서 LS그룹의 존재감을 대중들에게 알리고 있다.

과연 LS그룹의 역동적 성장세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오늘은 재계 태풍의 핵으로 떠오른 구자은 회장의 리더십을 분석해보도록 하겠다. 

◆ LS그룹 2세대 오너 마지막 주자, 부드러운 소통의 리더십

LS그룹은 구인회 전 LG그룹 회장의 세 동생인 구태회, 구평회, 구두회 형제가 독립하면서 세워졌으며 그 동안 세 형제의 장자가 돌아가면서 회사를 이끌어왔다. 구자은 회장은 구두회 LS그룹 명예회장의 장남으로 오너 2세대다.

구자은 회장은 지난 30여 년 동안 LS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두루 거치면서 후계자 수업을 받아왔다. 그룹 내에서는 해외사업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다.

구 회장은 2004년부터 LS그룹의 중국 사업을 지휘했으며 LS 전선 대표 시절 국내 최초로 유럽, 남미지역 수출을 따내면서 영업 능력을 입증하기도 했다.

구 회장은 LS전선 사장 당시 매년 신입사원들에게 직접 축하 전화를 걸 만큼 직원들과의 격의 없는 소통으로도 유명하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리더십 내공을 쌓아온 구자은 회장이지만 취임 후 행보는 매우 적극적이다. 

◆ 구자은표 경영전략의 핵심, 신사업과 기존사업 어우르는 '양손잡이 경영'

구 회장표 경영전략의 핵심은 바로 양손잡이 경영이다. 한 손으로는 미래 신사업을 키우고 한 손으로는 기존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뜻을 담고 있다. 

한 쪽 손으로 키우겠다는 미래 먹거리 사업의 대표주자는 바로 배터리다.

최근 LS그룹은 양극재 회사 엘엔에프와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LS그룹의 계열사인 LS엠엔엠이 황산니켈을 생산하고, 황산니켈로 양극재의 핵심소재인 전구체를 만든 뒤 엘엔에프가 2차전지 양극재를 생산하는 '밸류 체인'을 완성하는 것이 두 회사의 목표다.

LS는 이 과정에서 현재 중국 업체들이 90% 이상 점유하고 있는 전구체의 국산화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구 회장의 '배터리 사랑'에는 남다른 이유도 있다.

구 회장은 LS엠트론 대표로 일하면서 음극재의 핵심 소재인 동박 사업에 진출했었다. 하지만 전기차 시장이 생각보다 성장 속도가 빠르지 않아 결국 동박 사업부를 SK에 매각하고 말았다. 이후 이 동박 사업부는 SK넥실리스로 변신해 글로벌 동박 시장 점유율 1위 업체가 됐다.

2010년 포스코에 매각한 음극재사업부 역시 포스코퓨처엠으로 성장해 9월11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30조 원에 이르는 커다란 회사로 성장했다.

당시에는 유동성 확보가 시급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긴 했지만, 구자은 회장으로서는 상당히 뼈아픈 경험인 셈이다.

한쪽에서는 2차전지 소재 사업에는 이미 쟁쟁한 대기업들이 뛰어들고 있는 만큼 잘못하면 치킨 게임의 희생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구 회장은 LS엠엔엠의 제련 기술을 활용해 폐배터리의 회수율을 극대화하고 거기서 원재료를 뽑아내면 원재료 조달 측면에서 우위를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구 회장이 일찍부터 이를 위한 준비를 갖춰왔다는 것이다. 

LS엠엔엠은 원래 일본 기업과 합작법인 형태로 운영되는 회사였다. 하지만 구자은 회장은 취임 직후 9천억 원을 들여 일본 기업이 보유한 지분 전량을 사들였다. 일본 주주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신사업을 추진하기 위해서다. 

구 회장은 배터리 뿐 아니라 전기차 전반으로 사업을 넓혀나가고 있다. LS전선에서 생산하는 전기차 모터, LS일렉트릭이 만드는 전기차 전력 제어기기, LS엠엔엠의 주력제품이자 전기차 핵심부품인 구리동 등이 모두 LS그룹 전기차 포트폴리오의 일부다. 

◆ 양손잡이 경영의 한 축 LS전선, 해저케이블 경쟁력 확보로 뻗어나간다

그렇다면 양손잡이 경영의 또 다른 축, 기존 주력사업의 상황은 어떨까?

구 회장은 잘 하던 것은 더욱 잘 하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으로 과감하게 선제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바로 LS전선의 해저케이블 사업이다. 

지난해 구자은 회장은 3년 동안 적자를 내고 있던 해저케이블 설치업체인 KT서브마린에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구 회장은 LS의 해저 케이블 제조 기술에 KT서브마린의 시공운영 능력이 합해지면 글로벌 역량이 강화될 것으로 봤다. 

KT서브마린은 올해 1분기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으며 LS전선은 해저케이블 생산부터 포설, 시공까지 모든 단계를 책임질 수 있는 국내에서 유일한 업체로 거듭났다.

LS전선은 이 해저케이블 경쟁력을 무기로 해상풍력발전에 필요한 해저케이블 사업을 공격적으로 수주하며 자신들의 '원스톱' 경쟁력을 확실하게 활용해 나가고 있다. 

◆ 디지털 전환이 양손잡이 경영 뒷받침, LS그룹 탄소중립 시대 '리딩 기업' 될까

구 회장의 '양손잡이 경영'을 뒷받침 하는 것은 바로 '디지털 전환'이다. 구 회장은 집안에 태양광 패널을 직접 설치했을 정도로 첨단기술을 향한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회장 취임 전에는 LS 미래혁신단장을 맡으면서 그룹 내 디지털 전환을 지휘하기도 했었는데, 그 경험이 회장 취임 이후 빛을 발하고 있다.

LS전선은 실시간 재고 파악, 견적 요청, 구매 출하까지 처리하는 온라인 시스템을 통해 경쟁력이 개선됐으며 LS엠엔엠은 LS MnM 은 ODS라는 디지털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생산 효율성과 수익이 극대화되고 있다. 

LS전선은 동해의 해저케이블 생산공장을 스마트팩토리로 완전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구자은 회장의 양손잡이 경영은 아직은 첫발을 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그룹 전체 매출에서 신사업이 차지하는 매출 비중이 아직까지는 기존 주력사업들과 비교해 매우 작기 때문이다. 

하지만 배터리, 전기차라는 새로운 시장을 향한 구 회장의 의지는 상당히 강력해 보인다. 

구 회장은 앞으로 모두 20조 원 이상을 투자해서 2030년에는 자산 50조 원의 글로벌 그룹으로 거듭나겠다는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과연 LS그룹이 전통의 원자재 기업에서 탄소중립 시대의 리딩 기업으로 거듭나게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기획제작 : 성현모, 서지영, 강윤이 / 촬영 : 김원유, 김여진 / 진행 : 윤연아] ⓒ 채널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