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주가] SK하이닉스 주가 박스권 언제 뚫나, 이석희 메모리업황과 싸워
재생시간 : 9:22 | 조회수 : 4,800 | 성현모
◆ 이석희, SK하이닉스 반도체업황 회복 앞당길까
이석희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연말부터 본격화될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업황 악화에 어떻게 대응할까요?
국내외 증권사와 시장 조사기관들은 당분간 부품 공급부족과 생산차질 등 영향으로 주요 고객사의 메모리반도체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공통된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기업의 메모리 출하량은 이전 생산투자의 결과로 꾸준히 늘어나면서 결국 수요보다 공급이 과잉되는 상태를 보일 가능성이 큽니다.
SK하이닉스가 메모리반도체에 실적을 사실상 100% 의존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근본적으로 반도체업황이 회복되기 전까지는 실적 회복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이석희 사장은 이런 전망에 대비해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 전략을 바꿔 내년 중순 정도로 예상되는 메모리반도체업황 회복을 앞당기려 하고 있습니다.
우선 메모리 신규 생산투자를 대폭 줄이는 것은 물론 기존 생산라인도 이미지센서 등 시스템반도체 생산설비로 전환하고 극자외선 기반 EUV 신공정 도입에도 속도를 내겠다는 것인데요.
오래된 메모리반도체 생산라인을 전환하는 동시에 미세공정 D램 생산에 필요한 EUV 공정도 적용하면 반도체 출하량 증가율은 낮아지고 고부가 메모리제품의 비중은 높아지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석희 사장은 이처럼 메모리반도체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을 지켜내는 물량 싸움을 벌이는 대신 시장 공급과잉 사태를 완화하고 수익성도 끌어올리는 질적 성장을 목표로 두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설비투자 전략 변화가 성공적으로 반영된다면 앞으로 반도체업황과 같은 외부 변수에 실적과 주가 변동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 SK하이닉스 주가, 삼성전자 마이크론 D램 전략도 변수
SK하이닉스 주가는 8월 초 증권사 모건스탠리에서 반도체업황 악화 가능성을 제기한 '겨울이 온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낸 뒤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습니다.
당시 주가는 12만 원 초반대를 보이다가 약 2주 만에 10만 원 초반대까지 떨어졌고 11월 초까지도 주가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며 약세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모건스탠리는 호황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메모리시장 특성상 곧 공급은 크게 늘고 수요는 부진해 평균가격이 크게 떨어지며 반도체기업 실적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이런 전망은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점차 현실화하고 있는데,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생산 및 물류차질과 제조업 부진이 겹치면서 내년 말까지 업황이 계속 나빠진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내년 메모리반도체업황을 부정적으로 바라봐야만 할 이유가 없다며 충분히 업황이 안정화되고 실적도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는 태도를 보였습니다.
SK하이닉스뿐 아니라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다른 메모리반도체기업도 업황 악화가 장기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 반도체 출하량을 줄이는 데 일제히 집중할 것이라는 예측을 한 것인데요.
이석희 사장은 SK하이닉스의 D램 출하량을 인위적으로 조절해 시장에 판매하는 대신 재고로 쌓아두는 인벤토리 전략을 통해 D램시장 공급과잉 시기를 단축하겠다는 전략을 내걸었습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경쟁사들도 마찬가지로 메모리반도체 출하량을 계속 늘리는 대신 비슷한 방식으로 공급을 줄여 점유율 싸움을 피하고 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데 뜻을 모으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 주가는 D램업황 변동에 달려있는데 반도체회사들이 극단적 점유율 경쟁을 피한다면 D램업황 회복이 앞당겨질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낸드플래시 적자 해소의 열쇠
이석희 사장은 SK하이닉스 메모리반도체사업에서 D램과 양대 축으로 꼽히지만 실적 개선에 장기간 고전하고 있는 낸드플래시사업부에서 안정적 수익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지난해까지 2년 연속 영업손실로 적자를 냈습니다.
글로벌시장 점유율이 중하위권에 머무르고 있어 SK하이닉스가 상위 경쟁사와 비교해 업황 악화에 더 큰 손해를 보는 데다 안정적 고객사를 확보도 쉽지 않은 상황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이석희 사장은 약 1년 전에 결정된 SK하이닉스의 인텔 낸드플래시사업 인수합병을 계기로 이런 어려움을 극복할 중요한 계기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두고 인수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가 10조 원을 넘게 투자한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는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서버시장에서 고객사를 확보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효과적이고 공격적 승부수로 평가받습니다.
하지만 아직 중국 경쟁당국에서 SK하이닉스에 인수합병 승인을 내리지 않았는데, 중국이 반도체산업 육성에 힘을 쏟는 만큼 해외 반도체기업을 견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안에 인수합병 승인을 받을 수 있다는 낙관적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커지며 주가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가 확정되면 SK하이닉스 주가에도 불확실성이 일부 걷힐 것으로 전망됩니다.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등 SK하이닉스와 함께 D램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메모리반도체 경쟁사들은 낸드플래시로 수익원을 다변화해 D램업황 변화에도 실적에 비교적 영향을 덜 받습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는 영업이익의 100% 이상을 D램에 의존하고 있어 조금 다른 상황인데요.
이석희 사장은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를 중요한 계기로 삼아 낸드플래시사업에서 상위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 이석희, 대규모 인수합병으로 시스템반도체 육성도 속도
SK하이닉스는 최근 시스템반도체 위탁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키파운드리를 약 5800억 원에 인수해 파운드리 생산능력을 두 배 수준으로 키운다고 발표했습니다.
시스템반도체사업 성장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요.
키파운드리는 2004년 SK하이닉스 구조조정 과정에서 분사한 기업으로 최근 세계적 반도체 공급부족 사태에 핵심인 8인치 반도체 위탁생산을 주력으로 하고 있어 성장 전망이 매우 밝습니다.
이석희 사장은 자회사인 SK하이닉스시스템IC를 통해 하고있는 시스템반도체사업 확장에 더 공격적 전략이 필요하다고 판단하고 투자를 확대해 육성 전략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키파운드리 인수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추가 시설투자도 진행되고 있죠.
시스템반도체 생산능력이 확대되면 SK하이닉스가 신사업으로 앞세우는 이미지센서 반도체사업을 주요 수익원으로 키워내겠다는 목표도 충분히 달성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석희 사장이 SK하이닉스에서 메모리뿐 아니라 시스템반도체사업도 중요한 성장축으로 자리잡도록 한다면 실적 안정성을 높이고 주가가 더 상승할 여력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최근 파운드리시장에서 대만 TSMC는 물론 삼성전자, 글로벌파운드리 등 여러 시스템반도체기업이 시설투자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점은 SK하이닉스에 부담으로 남았습니다.
이석희 사장은 기존 시스템반도체 자회사와 키파운드리가 앞으로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효과적 성장전략과 투자계획을 짜고 이를 적기에 실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 이석희 기술전문가 면모 보여, DDR5 D램과 176단 3D낸드에 기대
이석희 사장은 SK하이닉스에서 장기간 근무했고 인텔 등 글로벌 기업에서도 경험을 쌓은 엔지니어 출신 경영자로 반도체사업에서 근본적 기술 경쟁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메모리반도체기업들 사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최신 규격의 D램과 3D낸드 공정에서 SK하이닉스의 기술 경쟁력을 최상위권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두고 있는데요.
이런 기술중심 전략이 SK하이닉스의 시장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경쟁사들과 차별화할 수 있게 된다면 중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의 실적과 주가에도 긍정적으로 기여할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DDR5 D램과 176단 3D낸드 등 최신 공정 기반의 반도체 개발과 양산을 앞당겨 반도체 원가 절감과 성능 개선에 성과를 내고 이를 통해 성장을 추진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DDR5 D램은 기존 DDR4 규격 D램보다 데이터 전송속도와 전력효율 등이 개선된 메모리반도체로 SK하이닉스가 대량생산 시기를 경쟁사보다 앞당긴다면 시장 선점효과를 노릴 수 있습니다.
인텔의 새 PC와 서버용 CPU에서 DDR5 D램을 지원하고 애플 아이폰과 같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도 탑재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돼 단기간에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DDR5 램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상용화되는 것은 내년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존 메모리반도체 재고와 관계없이 꾸준한 수요가 발생하며 SK하이닉스 실적 개선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176단 3D낸드는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원가 경쟁력과 생산 효율성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로 앞으로 낸드플래시시장 점유율 상위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습니다.
SK하이닉스의 176단 3D낸드 개발과 양산시기가 경쟁사들보다 빠르기 때문인데요.
이석희 사장은 기술 전문가의 면모를 살려 새 규격의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 확대 및 수율 안정화에 역량을 발휘하고 이를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 재평가까지 이어낼 것으로 전망됩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 채널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