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Who] 허인, KB국민은행 1등 지키기 위해 방심을 경계하다

허인 KB국민은행장이 5월24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2018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 개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창업보다 수성이 어렵다.”

지키기의 어려움을 의미하는 말이다. 허인 KB국민은행장 역시 이 말의 의미를 알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8년 만에 신한은행을 제치고 시중은행 가운데 순이익 기준으로 1위를 차지했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22일 KB국민은행에 따르면 허 행장은 취임 이후 꾸준히 디지털을 내세우고 있다.

KB국민은행은 현재 디지털과 관련해 700여 개의 크고 작은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고객들이 디지털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불편함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며 “뱅크사인, 통합인증앱, 모바일플랫폼 등 각각의 영역에서 기능 등을 업데이트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약점으로 지적받았던 해외사업에서도 속도를 내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홍콩 법인을 홍콩지점으로, 올해 런던 법인을 런던지점으로 전환했다. 특히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는 올해 안에 IB(투자은행) 데스크도 설치하기로 했다.

허 행장은 1위를 탈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2위와 격차를 벌려 ‘리딩은행’으로 입지를 확실히 다지기 위해 디지털과 해외사업 강화를 내세우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올해 1분기와 2분기에 1위를 번갈아 차지하며 여전한 순위 다툼을 이어오고 있다. 1분기에는 KB국민은행이, 2분기에는 신한은행이 더 많은 순이익을 냈다.

시중은행들은 순이익을 기준으로 하는 순위 경쟁에 매우 민감하다. 고객의 ‘돈’을 관리한다는 점에서 신뢰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른 업계에서 쓰지 않는 ‘리딩’이라는 타이틀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허 행장은 위성호 신한은행장과 함께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10년 넘게 벌이고 있는 리딩금융그룹 경쟁의 최전선에 서 있다.

KB금융지주와 신한금융지주 순이익에서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기여도가 60~70%에 이르기 때문이다.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 모두 비은행 계열사를 강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은행과 격차가 큰 만큼 아직까지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허 행장은 지난해 11월 취임했다. 이미 KB국민은행의 1위 탈환이 어느정도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던 시기다. 처음부터 1위를 지키기 위한 인사였던 만큼 어깨가 더욱 무거울 수밖에 없다.

허 행장도 취임 이후 여러 차례 이 점을 강조했다.

그는 신년사를 통해 “지난해 리딩뱅크 위상 회복의 중요한 전환점을 이뤄냈지만 지속 가능한 리딩뱅크가 됐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은 아직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4월 조회사에서도 “지금도 각 은행 사이에서 대등한 ‘초박빙’의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며 “우리가 방심하는 순간 현재의 위치가 얼마든지 역전될 수도 있는 현실임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7월에는 KB국민은행의 미래를 위협하는 요소로 자만심을 뽑기도 했다.

허 행장으로선 1위를 노리는 위성호 신한은행장의 기세도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 행장의 임기가 내년 3월까지인 만큼 사실상 올해 실적이 연임을 위한 발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위 행장은 ‘2018 하반기 경영전략회의’에서 “연말까지 박빙의 승부가 벌어질 텐데 신한은행은 영업력에서 1등을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은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