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축산업으로 고기 감당 안 돼, CJ제일제당 대상 새 성장동력 배양육 재생시간 : 5:57  |  조회수 : 3,433  |  김원유

[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인간의 식성을 설명할 때 '고기를 좋아하는 잡식동물'이란 표현을 쓰곤 한다.

인간은 해초와 생선, 씨앗과 채소, 버섯과 고기에 이르기까지 입에 넣지 못하는 게 없는 수준인데 특히 고기를 좋아해 이런 별명이 붙었다.

인간이 고기를 먹기 위해 만든 축산업은 농업보다 역사가 길다. 또 인간은 고기 때문에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기도 하며 때로는 자신의 터전을 파괴하기도 한다. 이를 억누르기 위해 일부 문화권에서는 고기 섭취를 제한하는 종교 율법을 만들어야 했을 정도다.

현대에 이르러 선진국 국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많은 고기를 섭취하고 있다. OECD 가입국의 1인당 연평균 고기 섭취량은 63.5kg이며 한국도 선진국에 가까워지면서 해마다 1인당 51.3kg의 고기를 먹고 있다.

그런데 최근 14억 인구의 중국(연평균 61.8kg)이 경제대국으로 떠오르면서 글로벌 축산업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중국인들은 특히나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14억 인구에게 먹일 돼지고기를 만들기 위해 세계 곡물과 돼지고기 가격이 요동치면서 '피그플레이션'이라는 말이 생겨났을 정도다.

중국 하나만으로 이 정도인데 향후 동남아시아와 인도, 아프리카 국가들의 살림살이가 좋아지면 어떻게 될지 예측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다.

UN에 따르면 2022년 11월 세계 인구는 80억 명을 넘었으며 2070년에는 세계 인구가 최소 100억 명을 돌파할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확실히 기존의 축산업으로는 사람들에게 충분한 고기를 먹일 수 없게 될 것으로 보인다.

축산업이 지금보다 더 늘어나는 것 자체도 문제가 된다. 축산업은 토양과 물, 공기를 오염시키는 원인이며 특히 온난화의 주범인데 소 한 마리가 차 한 대에 해당하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기 때문이다.

UN에 따르면 축산업은 전체 탄소배출의 18%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크며 그다음이 산업(16%)과 교통(14%), 에너지(13%), 농업(10%)이라고 한다.

이 밖에 집단사육이 유발하는 각종 질병문제도 축산업의 지속가능성이 의심받는 원인이다. 조류독감과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과 같은 동물 전염병은 한 국가의 축산업을 무너뜨리고 나아가 사스나 메르스 등 인수공통 전염병으로 변이돼 인류의 생존도 위협하고 있다.

이런 문제인식을 바탕으로 모두 고기 섭취를 중단해야 한다는 비건운동이 세계적으로 힘을 얻고 있으며 다른 한편에서는 대체육이라는 축산 식품분야의 기술혁명도 이뤄지고 있다.

벤처투자업계는 대체육 산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보고 다양한 투자를 해왔으며 그 결과 콩을 기반으로 하는 식물성대체육과 동물 세포를 증식시켜 고기로 만드는 배양육 기술이 대체육산업을 형성해가고 있다.

식물성대체육이 비건운동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한 것과 비교해 배양육 기술은 비교적 최근까지도 경제성과 윤리문제에 발목을 잡혀 실험실 밖으로 나오지 못했는데 이 문제들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

2015년 싱가포르 정부가 최초로 대체육 판매를 허가했고 윤리문제로 망설이던 다른 나라들까지 동참하면서 상업적인 배양육 개발이 본격화됐다.

경제성 면에서는 2021년 이스라엘 배양육기업 퓨처미트가 하루 500kg 수준의 생산시설에서 100g당 2천 원 수준의 소고기 배양육을 생산해내면서 배양육의 경제성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임을 증명했다.

이에 따라 배양육이야 향후 전통적 고기를 대체할 대체육 시장의 주인공이라는 기대감까지 흘러나오고 있으며 또 이러한 기대감은 벤처투자업계와 대학연구실, 스타트업이 중심이었던 이 분야에 기존 식품대기업의 투자도 이끌어내고 있다.

미국 컨설팅 회사 에이티커니는 2019년 업계전문가 인터뷰 보고서에서 2030년 글로벌 고기시장의 10%에 해당하는 약 140조 원 시장을 배양육이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기적으로는 글로벌 고기시장에서 배양육이 차지하는 비중이 35%(약 500조 원)까지 늘어 전통적 고기와 대등한 위치를 차지하며 대체육 시장도 장악할 것으로 봤다. 그 이유로는 어찌됐건 배양육이 조금이라도 더 전통적 고기에 가깝기 때문인 점을 들었다.

비욘드미트와 임파서블푸드 등이 완전히 선점한 식물성 대체육과 달리 배양육 시장은 아직 확실한 1등이 없다.

이는 국내기업에게 아직까지 기회가 열려있다는 뜻일 수 있다.

국내 배양육 업계를 살펴보면 크고 작은 기업들이 소재개발, 세포배양, 제품화에 이르는 3단계 밸류체인을 형성해 분업을 하고 있다. 이 업계에 대기업들은 법적 문제가 얽혀있고 막대한 연구개발비가 드는 육종과 소재 문제를 해결해주는 협업관계를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가장 눈길이 쏠리는 곳은 CJ제일제당과 대상이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와 해찬들, 다시다를 대상은 청정원과 종갓집, 미원 브랜드를 보유한 종합식품 기업으로 장류와 조미료, 아미노산, 가정간편식에 이르는 식품업계의 오랜 라이벌이다.

먼저 CJ제일제당은 기술과 생산역량 확보에 집중하는 것으로 보인다. 2021년 이스라엘 소고기 배양육기업 알레프팜, 싱가포르 새우 배양육기업 시오크미트에도 지분투자를 했다. 동시에 자체 연구개발과 학계 협업에도 힘쓰고 있다.

생산역량 확보 측면에서는 2022년에는 국내 최대규모의 세포배양기업 케이셀에 투자를 단행했다. 케이셀은 투자금을 바탕으로 부산에 생산시설을 확충해 아시아 2위의 배양육 공급자가 된다는 계획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은 주로 국내기업을 중심으로 소재개발에서 세포배양, 제품화에 이르는 파트너들을 두루 확보해가고 있다. 2021년부터 세포배양기업 엑셀세라퓨틱스, 소재기업 스페이스에프에 지분투자를 했으며 2022년에는 3D프린팅 제품화 기술을 지닌 비페코에도 지분을 투자했다.

대상은 서울대학교 줄기세포 및 식육학 연구진, 세종대학교 식품생명공학과 기능성 식품연구실과 함께 대체육 공동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CJ제일제당과 대상, 두 기업은 장류와 아미노산 사업을 통해 세포와 표적물질을 대량생산하는 기술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대체육 시장에서 잠재력이 큰 기업으로 손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이들은 1960년대 조미료인 미원과 미풍으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한 뒤로 장류와 아미노산, 김치, 가정간편식 분야에서 끊임없이 경쟁해오고 있다. 이들이 배양육 시장에서도 재밌는 이야기를 만들어갈 수 있을까? 조충희 기자ⓒ 채널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