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두산에너빌리티 소형모듈원전 밝다, 한미 원전동맹은 기회 재생시간 : 4:41  |  조회수 : 7,787  |  김원유

[비즈니스포스트] 원자력발전에 관한 논란은 여전히 많지만 에너지 전환의 세계적 흐름은 원전을 수용하는 것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이런 흐름 속에서 큰 이변이 없는 한 소형모듈원전(SMR)도 점점 떠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곳이 두산에너빌리티다.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전 주기기 등 핵심 기기의 제조역량을 갖춘 곳이다. SMR에 소형화, 일체화 특징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같은 원리로 작동된다. 대형원전 분야에서 쌓은 노하우와 경험, 제조역량은 SMR에도 고스란히 적용될 수 있다.

원전 주기기 등의 제조능력을 지닌 곳은 세계적으로도 그리 많지 않다.

이런 경쟁력은 해외기업들이 협력을 요청하게끔 만든 원동력이다. 그리고 해외기업들과 맺은 파트너십은 두산에너빌리티의 경쟁력을 더 강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SMR 상용화에 가장 앞서 있는 기업으로 꼽히는 곳은 미국 뉴스케일이다. 2020년 8월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최초로 설계인증을 승인받기도 했다. 다양한 실증프로젝트를 통해 SMR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뉴스케일이 선택한 기자재 공급업체가 두산에너빌리티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제조역량을 높이 평가해 지분투자도 제안했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는 국내 투자사들과 함께 뉴스케일에 1억400만 달러(1230억 원)의 지분투자를 했고 뉴스케일의 SMR프로젝트에서 대형 주단소재 공급, 원자로모듈 등 핵심 기자재 제작 공급 등을 담당하기로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미국의 또다른 기업인 엑스에너지의 SMR 제작설계 용역도 수주했다. 뉴스케일의 SMR이 경수로형 방식이라면 엑스에너지의 SMR은 고온가스형 방식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SMR 분야에서 실적이 가시화하면서 동시에 SMR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앞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일감은 더 많아질 수 있다. 많은 SMR개발사들이 제각기 다양한 방식으로 SMR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SMR에 관한 고급 원천기술은 개발사들의 몫인 만큼 두산중공업 같은 제조사는 마치 하청업체 같은 지위가 아니냐는 얘기도 나올 수 있지만 개발사의 수가 비교적 많은 데 반해 제조역량을 갖춘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두산에너빌리티가 SMR산업에서 '슈퍼을'의 위치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는 것이죠. 반도체시장에서 TSMC와 같은 파운드리가 단순한 하청업체로 취급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두산에너빌리티와 뉴스케일, 두산중공업과 엑스에너지. 이렇게 한국과 미국의 원전 관련 기업들끼리 동맹을 맺은 격인데 이런 전략적 동맹관계는 한국과 미국정부 사이에서도 긴밀히 이뤄지고 있다.

이 대목은 신냉전체제로 돌입하는 국제질서에서 두산에너빌리티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한미 원자력 동맹을 통해 원전을 수출하고 일자리도 대거 창출하겠다고 했다.

사실 한미 원전동맹은 지난해 5월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합의한 내용이기도 하다.

이는 한국보다는 미국 측의 필요에 따라 이뤄진 것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원전의 독자설계 기술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로 꼽히지만 원전의 주요기기 자급 능력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원전 수출이 가능한 나라로는 미국, 한국 외에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이 있는데요. 특히 한국은 원전 건설 단가가 매우 저렴한 것이 경쟁력이기도 하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미국이 원자력 패권을 장악해야할 필요성이 높아진 시기이기도 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서방세계는 탈원전 기조를 채택했지만 이 틈을 타 러시아는 세계 원전시장을 잠식해나갔다. 현재 글로벌 원전산업에서 1위로 꼽히는 기업은 러시아 국영기업 로사톰이다. 우라늄 광산, 원자력 기술력 등을 함께 보유한 막강한 기업이다.

중국 역시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중국 내 원전을 건설하고 있고 원전 수출 시장도 노리고 있다.

미국으로서는 이전에도 원자력 패권을 러시아나 중국에 빼앗겨서는 안 되는 것이었지만 갈등이 고조된 지금은 더더욱 그 필요성이 높아졌다. 원전은 에너지 수급에도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자체로 무기와 연결될 수 있는 특징도 지니고 있다.

미국에서 원자력 패권을 완성시켜줄 파트너로 한국과 한국 유일의 원전 핵심기기 제조업체 두산에너빌리티가 필요한 이유다.

친환경 에너지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는 두산에너빌리티를 원전 기업으로만 국한시킬 수는 없지만 SMR을 필두로한 차세대 원전사업은 분명 두산에너빌리티의 미래를 책임질 한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오랜 부진과 경영난을 딛고 이제 막 재도약하려는 두산에너빌리티. 그들의 SMR사업에도 계속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다. 류근영 기자ⓒ 채널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