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현대차 인도네시아에 꽂히다, 전기차 허브 넘어 경제대국 잠재력 재생시간 : 4:24  |  조회수 : 5,113  |  성현모

[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국내기업들에게 인도네시아가 대단히 중요한 지역이 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인도네시아를 중요한 생산 거점이자 거대한 잠재 시장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의 면면을 살펴보면 단순한 생산기지, 거대 시장 이상의 의미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가까운 미래에 글로벌 경제에서 인도네시아가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은 지금과 많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10위권 경제대국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기업과 투자자 모두 인도네시아에 대해 알아야 할 필요성이 높아진 시점이다. 어떤 점이 인도네시아를 중요하게 만들고 우리는 왜 인도네시아의 잠재력에 주목해야 할까?

현대차는 2022년 3월 인도네시아 현지 공장을 준공한 뒤 전기차를 생산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를 거점으로 삼아 동남아 지역 시장 점유율이 높은 일본 업체들을 맹렬히 뒤쫓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현대차는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인도네시아 카라왕 지역에 배터리셀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부터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인도네시아를 중시하게 된 1차적 이유는 이곳이 전기차의 중요한 생산거점이기 때문이다.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니켈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이 바로 인도네시아다. 

인도네시아는 코발트와 보크사이트 매장량도 세계적으로 높다. 그래서 원료에서 배터리, 완성차에 이르는 단계를 구축하기 좋은 생산기지다.

생산거점으로서 인건비가 저렴하다는 점도 장점이다. 요즘 미국에서도 외국기업들을 유치하려고 애를 쓰고 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2022년 7월 미국 노동부의 보고서를 보면 노동자의 시간당 평균 임금이 32.27달러로 집계됐다. 반면 2022년 인도네시아의 평균 월급여는 560~630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미국 노동자가 하루 10시간씩 이틀 일하면 받는 급여다. 

거기에 2020년 통과된 고용창출법인 옴니버스법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환경이 좋아졌다. 이 법에는 초과근무 허용, 장기근속 휴가 폐지, 아웃소싱 허용 범위 확대 등이 담겨 있다.

인도네시아가 아직 구매력이 낮은 곳인 만큼 전기차 시장으로서는 다소 약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성장하는 경제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인도네시아는 2억7천 만 명의 인구를 지닌 데다 15세 미만 인구가 26%인 젊은 나라다. 경제 성장에 따라 중요한 전기차 시장이 될 여력은 충분하다. 

지리적으로 인도네시아는 다른 동남아 국가들과 호주 등으로 전기차 판매에 유리한 조건도 갖추고 있다. 단순히 인도네시아 시장만이 아니라 아세안과 오세아니아로 뻗어나가기 좋은 교두보인 셈이다. 

현대차처럼 미래 모빌리티 기업을 추구하는 기업으로서는 인도네시아가 시험장으로서 가치도 크다. 

인도네시아는 1만8천여 개 섬으로 이뤄진 매우 넓은 영역의 나라다. 동서 길이가 5천 킬로미터를 넘는데 이는 서울에서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까지 거리와 엇비슷하다. 

많은 섬과 넓은 국토. 교통과 물류망 형성에 대단히 큰 장애물인데요. 현재까지도 관련 인프라가 좋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런데 거꾸로 생각하면 이는 미래 모빌리티를 구현할 시험장으로서는 가장 좋은 환경일 수 있다. 특히 항공모빌리티가 조기에 도입되기에 적합하다. 여러 섬으로 이뤄진 탓에 육상 교통에는 한계가 있지만 항공모빌리티가 이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수도 이전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도시 계획 단계부터 미래 모빌리티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가 열렸다고 할 수 있다. 

현대차가 지난해 11월14일 인도네시아 신수도청과 미래항공모빌리티 생태계 구축에 상호 협력한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인도네시아 인접국인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도 인도네시아와 비슷하게 섬들이 많은 나라다. 인도네시아를 발판으로 주변국으로도 시장을 넓혀나갈 수 있다는 이점도 있다. 

이렇듯 인도네시아는 미래 모빌리티 선도기업을 꿈꾸는 현대차에 매우 요긴한 지역이다. 하지만 그 이상의 잠재력을 지닌 곳이기도 하다. 글로벌 경제와 국제 질서의 균형에서 매우 중요한 나라가 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다. 

앞서 얘기했듯 전기차에 쓰이는 니켈, 코발트 매장량이 많고 그밖에 친환경 산업에 들어가는 원자재 생산량이 많기 때문에 인도네시아는 앞으로 친환경 원자재 부국이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뿐만 아니라 석탄, 천연가스 등의 자원도 풍부하고 주석, 금, 구리 생산량도 많다. 코코넛도 많이 생산돼 세계 최대 팜유 생산국이기도 하다. 고무, 커피, 쌀, 과일류도 많이 난다. 

국토면적은 1억9169만ha로 세계 14위, 인구는 2억7550만 명으로 중국, 인도, 미국에 이어 4위다. 젊은 인구가 많기 때문에 급속한 고령화를 겪는 선진국이나 한중일 3국과도 대조적이다. 

이런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인도네시아의 산업구조는 농업, 광업 같은 1차산업 위주라는 점에서 부가가치 확장이 제한된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다보니 다른 개발도상국들보다 발전 속도가 더디다는 지적도 있었다. 

그래서 인도네시아가 선택한 길이 자원 민족주의다. 

핵심 자원을 외국에 팔아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오히려 수출을 금지한 것이다. 인도네시아 안에서 자원을 사 금속을 제련하고 제품을 만들라는 얘기다. 그래야 국내 제조업 기반도 마련되고 고용도 늘어나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위험할 수 있는 정책이지만 전기차 시장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는 데다 인도네시아의 니켈 시장 지배력이 크기 때문에 상당한 효과를 거뒀다. 

세계 최대 리튬 생산기업인 칭샨그룹을 비롯한 중국기업들은 자그마치 42조 원에 이르는 금액을 투입해 인도네시아 모로왈리와 웨바베이 등에 대규모 제련시설을 지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생산되는 니켈 중간제품 대부분이 중국 제련회사의 손을 거친다는 점은 우리로서는 다소 우려스러운 부분이기도 하다. 

현재 테슬라와 폴크스바겐 등도 인도네시아 공장 설립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도네시아의 잠재력은 비단 전기차 밸류체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급속한 디지털 전환과 IT 기술 발달로 물리적 인프라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섬이 많고 교통 조건이 좋지 않아 경제발전이 제약되는 문제점이 있었지만 IT 기술이 이를 어느 정도 보완해 주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니콘, 데카콘 기업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스타트업 성장이 가장 가파른 동남아 국가이기도 하다. 

물론 유의할 점도 있다. 

일단 미국에서 발효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도네시아가 피해를 볼 수 있다.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이 아니라 인도네시아에서 가공한 니켈 제품을 쓰면 미국에서 지원을 못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도네시아 측도 미국을 설득하려고 하지만 인도네시아 니켈 가공제품 대부분은 중국 업체를 거친다는 점이 걸리는 부분이다. IRA에는 '우려 법인' 조항이 있는데 여기에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의 정부 소유 기업은 대상이 된다. 

다음으로 인도네시아의 경제 성장을 이끌었던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임기가 2024년 끝난다는 점도 유념할 대목이다. 조코 위도도 임기 내내 인도네시아는 비교적 정치가 안정되고 그의 경제 분야 개혁행보도 제법 성과를 냈다. 

리더십의 교체는 필연적으로 일정한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더 좋은 후임 대통령이 인도네시아를 더 발전시킬 수도 있지만 정치와 경제 모두 어지러워질 우려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의 자원민족주의 역시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과도한 수출금지 정책은 해외 기업이 인도네시아 내에 제조시설을 확대하기보다는 다른 나라로 옮겨갈 유인을 키울 수 있다. 실제로 2014년에 인도네시아가 광물 수출을 중단하자 해외기업들이 생산시설을 다른 곳으로 옮긴 사례가 있었다.

이런 경계 요인들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가 경제대국으로 급부상한다는 것은 거의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성장이 정체되고 인구가 고령화되는 서구 선진국들과 비교해 젊고 활기가 넘치는 데다 자원도 풍부하다. 

잠재력이 높은 인도네시아는 앞으로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볼 때 반드시 주목해야 할 중요한 나라다. 류근영 기자ⓒ 채널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