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타임즈] D램 EUV공정 밀고 가는 삼성전자, 앞서 매맞는 리더의 자세 재생시간 : 4:22  |  조회수 : 4,974  |  김여진

 [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지난 몇 년 동안 삼성전자는 더 이상 기술리더가 아니라는 것을 시장에 보여줬다."

반도체 투자전문가, 조 알바노가 글로벌 투자전문 언론 시킹알파에 기고한 글에서 한 이야기다.

조 알바노를 비롯한 일부 외국 언론들은 삼성전자가 D램 생산 공정에 EUV를 조기 도입했다가 오히려 수율이 낮아지는 등의 부작용을 겪으면서 기술력으로 마이크론 등 경쟁자에게 쫓기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삼성전자가 D램 생산에 EUV 공정을 조기 도입한 이유는 무엇이며, 과연 이 결정은 앞으로 삼성전자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삼성전자의 이런 결정은 당장의 어려움으로 미래의 '초격차'를 사려는 목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앞 영상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삼성전자의 EUV공정 조기도입은 삼성전자의 D램 생산 수율을 낮추고, 비싼 장비를 사용함으로서 오히려 D램 생산 원가를 상승시키는 악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언제까지 1xyz, 그리고 1a급(10나노급 4세대 D램)에 머물 수는 없다는 것이다. 언젠가는 D램 업체들이 1a나노를 넘어 1b급(10나노급 5세대), 1c급(10나노급 6세대) 등 더 미세한 선폭을 그려야 하는 날이 온다는 것이다.

그 때는 EUV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마이크론 역시 절대 EUV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EUV 공정 기술이 좀 더 성숙하고, EUV 장비도 좀 업그레이드가 된 다음에 그리고 EUV가 아니면 생산이 불가능해지는 시점에 EUV 장비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당장 1a급 D램에서도 적용이 어려워서 안쓰고 있는 EUV 공정을, 1b, 1c급 D램 생산 공정에서 아무 문제 없이 바로 적용할 수 있을 가능성이 얼마나 될까? 

심지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에서 EUV 공정을 활용하면서 여러 가지 경험을 얻었는데도 지금 이렇게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살피면 마이크론이 아무 문제 없이 EUV 공정을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하기 어렵다. 

SK하이닉스 역시 이런 이유로 삼성전자보다는 신중한 속도지만 조금씩 D램 생산에 EUV 공정을 도입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5공정, D램의 5개 레이어에 EUV 공정을 적용하는 과정부터 바로 시작하겠다고 얘기하고 있다. 현재 상황을 살피면 지금 삼성전자가 1a급 D램을 5공정을 적용해 양산하고 있고, SK하이닉스는 1공정부터 차근차근 나아가고 있다.

그런데 마이크론이 5공정부터 바로 적용하겠다는 것은 무리한 계획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마이크론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치명적 변수들이 튀어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정리하자면 삼성전자의 전략은 확실하게 "매를 먼저 맞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1a를 넘어 1b, 1c로 갔을 때 경쟁사들이 쫓아오기 힘든 초격차를 만들어놓자는 것이 삼성전자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생각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22년 12월에 업계 최초로 1b급(12나노) D램을 개발했다고 선언했는데 이 1b급 D램 개발의 1등공신이 바로 EUV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는 이미 전략의 무게추를 1a가 아닌 1b로 옮겼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마이크론 역시 먼저 1b급 D램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이 개발한 1b급 D램은 13나노 수준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마이크론의 1b급 D램에는 EUV공정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마이크론이 EUV 없이 얼마나 제대로 된 1b급 D램을 만들어 냈는지, 그리고 어느 정도의 양산이 가능한지 실제로 출하되기 시작한 이후에 한번 면밀히 살펴봐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하기는 어려운 만큼 실제로 마이크론의 1b급 D램이 시장에 나왔을 때 경쟁사들을 압도하는 기술력을 보여줄 수도 있는 일이고, EUV를 5개 레이어에 아무 문제 없이 단번에 적용하면서 치고 나갈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 

또한 차세대 D램이라고 불리는 '3D D램' 분야에서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치고 최강자로 떠오를 가능성도 여전히 있다.

과연 삼성전자의 선택은 어떤 결과를 맞이하게 될까? 1b, 1c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하면서 엄청난 '초격차'를 보여줄 수 있게 될까, 아니면 맞을 필요가 없는 매를 맞느라 시간을 낭비해 경쟁사들에게 추격의 빌미를 제공하게 될까?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결국 D램 공정이 점점 미세해질수록 EUV를 얼마나 잘 쓸 수 있느냐가 경쟁력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삼성전자와 경쟁사들의 기술력 격차가 많이 좁혀진 것은 맞지만, 마이크론이 삼성전자의 EUV 공정 노하우를 단시간에 따라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휘종 기자ⓒ 채널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