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타임즈] 삼성전자 D램 경쟁력 이상 없나, EUV공정 조기도입 영향은 재생시간 : 5:3  |  조회수 : 4,021  |  김여진

[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초격차는 한동안 삼성전자 D램 부문이 경쟁사들을 기술력으로 압도하고 있다며 외쳐왔던 구호다.

하지만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D램 초격차에 이상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외국 언론을 시작으로 삼성전자의 D램 생산 기술력이 쫓기고 있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글로벌 투자전문 언론 시킹알파는 "삼성전자는 10년 전 마지막으로 치킨게임 전략(Cutthroat tactics)을 썼을 때만큼 강력하지 않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삼성전자는 더 이상 기술 리더가 아니라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이 기사를 기고한 반도체 투자전문가 조 알바노가 마이크론에 친화적 기사를 많이 쓰는 경향성을 살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삼성전자의 D램 최첨단 초미세공정의 생산 비중이 경쟁사보다 낮다는 점에서 실제로 문제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옴디아에 따르면 2022년 4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의 10나노급 4세대 D램(1a급) 제품 생산 비중은 7%다. 반면 SK하이닉스는 16%, 마이크론은 무려 43%에 이른다. 

한쪽에서는 삼성전자의 1a급 D램 생산 비중이 낮은 원인을 극자외선노광장비(EUV)에서 찾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D램 생산에 EUV를 너무 빨리 도입했다는 것이다. 

EUV는 반도체의 회로를 미세하게 새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펜 같은 장비다. 문제는 아직 EUV 장비 자체가, 그리고 EUV 장비를 활용해 반도체를 생산하는 기술이 완전히 성숙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반도체업계의 한 관계자는 "EUV를 사용하면 회로를 새길 때 정확도가 굉장히 높지만, 전체적인 완성도가 조금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순화해서 비유하면 EUV를 활용하면 회로를 매우 미세하게 그릴 수는 있지만, 그림을 원하는대로 완벽하게 그려내기가 조금 어려워진다고 표현할 수 있다. 수율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D램보다 훨씬 더 미세하게 회로를 그리는 파운드리에서는 EUV 활용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데, D램 생산에서는 문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파운드리와 D램의 산업적 차이를 봐야 한다. D램과 파운드리 사업은 각각 '공산품', 그리고 '맞춤형 주문제작'이라는 특성을 보여준다.

파운드리 사업의 고객들, 그러니까 팹리스들은 자신들이 원하는대로 반도체를 만들어주길 원한다. 그런데 이 고객들이 원하는건 EUV가 없으면 아예 생산 자체가 불가능하거나 아니면 제 성능을 낼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일단 EUV를 사용해서라도 자신들이 원하는 반도체를 만들어낼 수만 있다면, 좀 불량품이 나와서 생산 원가가 올라간다고 해도 팹리스로서는 일단 EUV를 사용할 수 있는 파운드리에게 주문을 맡기게 된다.

하지만 D램은 일종의 공산품이다. 그러다보니 고객들은 D램 생산에 EUV가 활용됐는지보다 그 제품의 '가성비'를 따지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성능에 가격이 더 싼 제품이 있다면 고객사로서는 굳이 EUV를 활용한 비싼 D램을 고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로 D램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원가관리다. EUV를 D램 생산에 활용하면 좀 더 미세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지만 수율이 낮아지는 데다가 EUV장비 자체의 가격도 굉장히 비싸기 때문에 원가가 오히려 비싸질 수 있다. 

경쟁사들은, 특히 마이크론은 EUV 관련 기술이 좀 더 성숙하기를 기다렸다가 충분히 수율을 담보할 수 있을 때 적용하겠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처럼 굳이 D램에서 섣부르게 EUV 공정을 조기에 도입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삼성전자만큼은 아니더라도 EUV 공정에 발을 담그고 있지만 마이크론은 아예 EUV 자체를 제품 생산에 전혀 사용하지 않고 있다. 마이크론은 연구소에서만 EUV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마이크론은 1c급 D램을 생산할 때 즈음에 EUV를 적용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EUV 공정 도입을 미루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1c급으로 미세하게 회로를 그리려면 EUV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삼성전자의 EUV 공정 D램 조기 도입이라는 결정은 과연 '악수'일까? 삼성전자는 도대체 왜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일까?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다음 영상에서 나눠보도록 하겠다. 윤휘종 기자ⓒ 채널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