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타임즈] 카카오의 본질 ‘린 플랫폼’, ‘착한 기생경제’ 이상에 갈 수 있나 재생시간 : 05:30  |  조회수 : 509  |  김원유

[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카카오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한 플랫폼 기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최근 카카오의 사업모델과 관련해서 많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문어발 확장과 관련된 비판은 이미 여러 곳에서 제기되고 있고, 한쪽에서는 카카오의 사업 모델이 양쪽 시장에서 모두 이득을 뺏어가는 '약탈경제'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번 영상에서는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측면에서 카카오 사업의 본질은 어떤 것인지, 그 본질이 사회에 어떤 가치를 제공하는 쪽으로 움직일 수 있는건지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캐나다의 디지털 인문학자인 닉 스르니첵은 그의 저서 '플랫폼 자본주의'에서 플랫폼 기업의 수익 형태를 다섯가지로 분류했다. 광고 플랫폼, 클라우드 플랫폼, 산업 플랫폼, 제품 플랫폼, 린 플랫폼이 그것이다.

카카오의 모든 사업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카카오는 주로 '린 플랫폼'의 형태로 플랫폼 비즈니스를 펼쳐 나가고 있다. 

린 플랫폼이란 모든 자산을 플랫폼에 가입된 서비스 제공자로부터 아웃소싱하고, 플랫폼 업체는 중개인에게서 수수류를 받아 수익을 얻는 형태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말한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다른 산업에 '기대서(lean)' 돈을 버는 플랫폼이 바로 린 플랫폼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자산'을 아웃소싱한다는 것이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노동자, 장비, 시설, 훈련비용, 유지비용 등을 모조리 외주화하고 오로지 데이터만 보유하기 때문에 린 플랫폼 비즈니스는 '초외주화 모델'이라고 불리기도 하고 가치를 생산하지 않으면서 가치 생산자들에게 기대서 수익만 취한다는 점에서 '기생경제'라고 부르기도 한다.

린 플랫폼이 극단으로 나아가면, 플랫폼 기업은 그 어떠한 가치도 생산하내지 않으면서 단순히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 하나만으로 사회의 기반 인프라를 모두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사회 전체가 그 플랫폼에게 예속되는 것이다. 

SKC&C의 데이터센터 화재에서 시작된 카카오 먹통 사태는 사회가 하나의 플랫폼에 예속됐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굉장히 선명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카카오T택시는 택시를 소유하지 않는다. 물론 카카오가 법인택시 회사를 인수해 직영으로 택시 회사를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카카오T택시의 본질은 중개 플랫폼이다.

카카오는 직접 가상화폐 거래소를 운영하지도 않는다.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의 카카오 지분율은 단 10.88%에 불과하다. 단지 업비트 로그인을 할 때 카카오톡 인증이 필요할 뿐이다.

카카오페이는 은행이 아니다. 다만 연결된 타 은행 계좌에서 돈을 빼내 원하는 사람에게 송금해 줄 뿐이다.

하지만 카카오 서비스가 멈췄을 때 사람들은 택시도 타지 못했고 가상화폐도 거래하지 못했고, 송금도, 선물하기도 하지 못했다.

이게 바로 고도로 발달한 플랫폼이 보여주는 위력이다. 사기업인 카카오에게 사람들이 벌떼같이 들고 일어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카카오의 사업 모델은 사회에 해악을 끼치는 '나쁜' 모델일까? 과연 린 플랫폼은 정상적인 경제 활동에 기생하는 '기생경제' 모델에 불과한 것일까?

당연히 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카카오가 플랫폼을 긍정적 방향으로 사용한다면, 오히려 사회 전체의 편익을 굉장히 급격히 올려주는 착한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도 있다.

금민 대안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2019년 대안 이슈페이퍼에 기고한 '디지털 공유경제와 플랫폼 자본주의'라는 기고문에서 "린 플랫폼을 단순히 기생경제라고만 말하는 것은 린 플랫폼이 가져다 주는 자원절감 효과에 대해 주목하지 못하게 만든다"며 "기생적 차원을 제거할 수 있다면 저마다 가치 생산 수단을 보유하는 경제보다 린 플랫폼이 훨씬 효율적이고 생태적"이라고 말했다.

린 플랫폼이 한정적 자원을 사회에 분배하는 데는 굉장히 효율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우리가 카카오의 여러 서비스들을 문제 없이 이용하면서 편리함을 느끼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린 플랫폼이 생산수단 소유자의 가치 생산에 기생하는 기생플랫폼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하지만 그 '기생'이 꼭 나쁜 기생이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린 플랫폼이 '착한 기생경제'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카카오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홍은택 카카오 대표이사는 카카오 서비스 중단사태와 관련된 대국민 사과를 하는 과정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끊김없이 돈 걱정 없이 마음껏 대화하는데 집중했고 그 마음이 통했던 것 같다"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가치를 잊었던 건 아닌지 반성하는 계기가 됐으며 초심으로 돌아가 이용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살피고 챙기겠다"고 말했다.

결국 카카오의 과제는 이 '이용자의 편의 증진'이라는 초심을 어떻게 추구할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일이 될 것이다. 

카카오가 소유하고 있는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생산자에게 기생하는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의 편익을 모두 증진할 수 있는 선한 중개자로서의 자리를 잘 잡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예쁜꼬마선충이라는 기생충이 있다. 이 기생충은 숙주에게 기생해 생존하는 기생충이지만, 암세포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잘 맡기 때문에 오히려 숙주에게 엄청난 도움이 되는 기생충이다. '기생'이라는 말이 주는 나쁜 어감에서 잠시 벗어나보면 분명히 '착한 기생경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최근 여러 가지 사태를 통해 카카오는 그야말로 생사의 기로에 서있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카카오가 우리에게 '선한 기생경제'라는 새로운 차원의 플랫폼 비즈니스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그렇다면 생사의 기로에 서있다는 카카오가 맞았다는 위기의 본질은 과연 무엇일까? 그리고 카카오는 이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려 하고 있을까? 다음 영상에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다. 윤휘종 기자ⓒ 채널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