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타임즈] HMM 매각 시나리오, 현대차·포스코가 새 주인 될 수 있을까 재생시간 : 5:53  |  조회수 : 11,801  |  김원유

[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지난 영상에서 HMM의 민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언제' 보다는 '어떻게' 라는 이야기를 했다. 이번 영상에서는 그 '어떻게'란 무엇인지 구체적 매각 시나리오를 살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 공개입찰이나 스토킹 호스 방식이다.

스토킹호스 방식보다는 공개입찰 방식이 더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HMM은 대우조선해양과는 달리 매물로서 매력도도 높고 산업은행 역시 최대한 좋은 가격으로 HMM 매각을 원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런 방식으로 매각이 진행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인수 희망자다. 지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곳은 3곳이다. 현대차그룹, 포스코그룹, 그리고 SM그룹 등이다.

이 가운데 SM그룹은 HMM의 기업가치를 고려하면 그렇게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시장에서도 SM그룹의 HMM 인수 가능성을 매우 낮게 평가하고 있다.

현재 가장 가능성이 높은 인수 희망자는 현대차그룹과 포스코그룹이다.

현대차그룹이 HMM을 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당연히 HMM의 사업적 가치, 해운업의 매력 등등도 고려 대상이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의선 현대차 회장의 승계,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된 문제일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의 경영 승계는 사실상 완료됐지만 복잡하게 얽혀있는 지배구조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로 꼽히는 곳이 바로 현대글로비스다. 순환출자고리로 복잡하게 얽혀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가운데, 정 회장이 유일하게 최대주주의 자리에 앉아있는 기업이 바로 현대글로비스이기 때문이다. 정 회장이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은 20%다.

이 지분을 최대한 지렛대로 활용해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을 이끌어내려면 현대글로비스의 기업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매년 굉장히 높은 매출을 내고 시장의 관심도도 높은 HMM의 인수는 적격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사업적 시너지는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HMM의 주력사업인 컨테이너 사업과 현대글로비스의 자동차 운송 사업은 크게 겹치는 부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HMM이 더욱 현대차그룹에도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지금 현대글로비스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가 지나치게 높은 내부거래 비중이기 때문이다.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은 2021년 사업보고서 기준 59.06%에 이른다.

2021년 기준 HMM의 매출은 무려 13조7941억 원이다. 이 매출을 세계 곳곳의 수많은 다양한 화주들에게서 내고 있다. HMM이 현대글로비스의 연결자회사로 편입되면 현대글로비스의 내부거래 비중이 확 낮아질 수 있다는 뜻이다. 

두 번째 후보는 포스코그룹이다.

포스코는 현대글로비스보다 HMM과 오히려 사업적으로 강하게 연결될 수 있다. 포스코는 예전부터 계속해서 물류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2020년에는 물류 자회사 출범을 추진하기도 했었다.

포스코가 HMM의 해운 사업을 통해 다시 한 번 물류사업에 깃발을 꽂으려는 시도를 하고 심지어 해운과 육상물류를 잇는 거대 종합물류기업을 꿈꾼다고 해도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문제는 포스코가 물류사업에 진출하는 것과 관련된 업계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2020년에 포스코가 각 계열사에 흩어져있는 물류 업무를 한 곳으로 모으는 물류통합법인을 설립하려고 했을 때, 물류업계와 노동계 등에서 엄청난 반발이 쏟아져나오기도 했다.

결국 포스코는 물류자회사 설립을 포기하고 회장 직속의 물류사업부를 설치하는 것으로 한 발 물러섰다.

이런 포스코가 HMM을 인수하고 또 이를 발판으로 종합물류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나선다면 다시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국내 해운 정책이 HMM의 부활에만 쏠려있다고 중소 해운사들이 서운해하고 있는 상황인데 이들의 불만에 기름을 끼얹는 일이 될 수도 있다.

포스코에 HMM이 인수될 경우 한 가지 좋은 점은 HMM의 '공공성'을 어느정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포스코는 대주주가 없는, 소위 '국민 기업'이다. 포스코의 주주 가운데 5% 넘는 지분을 지니고 있는 곳은 1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 2대주주인 블랙락 뿐이다. 

이런 이유로 포스코는 항상 사업을 진행할 때 '공공성'을 앞세우는 때가 많다. 정치권에서 그걸 요구하기도 한다. 오너의 입맛대로 움직일 수 있는 일반 대기업 산하에 HMM이 들어가는 것보다, 포스코 아래로 들어가는 것이 해운의 공공성 측면에서 더 나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다음은 바로 HMM을 '국민 기업'으로 만드는 일이다.

HMM이 포스코와 비슷한 방식으로 민영화가 된다고 가정한다면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이 들고 있는 지분을 동일인 소유한계(포스코 민영화 당시에는 3퍼센트)를 설정하고 민간에 나누어 매각하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그리고 일정 기간을 두고 동일인 소유한계를 폐지할 가능성이 높은데, 문제는 이렇게 되면 외국인에 의한 적대적 M&A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외국인 소유 지분 한도는 둘 가능성도 높다.

해진공이 보유한 HMM의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거나 오히려 높이면서 산업은행 등이 보유한 지분만을 시장에 내놓는 '부분 민영화'의 방법을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 되면 해진공이 최대주주로서 HMM을 관리하며 공공성을 매우 높게 가져갈 수 있게 되겠지만, 대신 민영화로서 얻는 유연성이나 효율성 제고 등의 이점은 상당부분 포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현재 정부가 민영화 의지가 높다는 점에서 이 마지막 방식은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

HMM이 어떤 방식으로 매각될지, 누구의 손에 들어가게 될지, 그 시점은 언제가 될지 현재로서는 아무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면서 느꼈듯이, 무게감 있는 국적선사는 반드시 필요하고 또 그 국적선사가 정말로 국적선사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갖고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HMM은 국민의 혈세를 통해 살아났고 지금 힘차게 부활의 뱃고동을 울리고 있다. 성공적 민영화를 통해 세계에서 제일가는 선사가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윤휘종 기자ⓒ 채널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