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KG그룹 잡식성 투자 끝보여, 곽재선 쌍용차 품고 그룹 대재편 재생시간 : 3:34  |  조회수 : 8,254  |  성현모

[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정체성을 규정하는 순간 발전은 없다. 자신의 정체성, 회사의 정체성을 버리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것이 진정한 기업가정신이다.'

곽재선 KG그룹 회장은 비료에서 언론, 금융, 교육, 택배, 전자결제, 식음료, 제철 등 업종을 가리지 않는 인수합병을 통해 그룹을 키워왔다.

나쁘게 말하면 문어발식 투자다. 이 위험성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곽 회장이 투자만 했다하면 성공하니까 재계에서는 따로 잡식성 투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곽 회장은 경영난으로 적자에 빠진 기업을 인수한 뒤 원가를 절감하고 핵심분야에 집중하는 단순한 전략을 효과적으로 구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청산을 눈앞에 뒀던 동부제철을 인수해서 고객사를 설득해 판로를 확보하고 수출중심 사업구조에 집중,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뒤로는 인수합병의 미다스 손으로 불리고 있다.

하지만 모든 투자가 성공했던 것은 아닌데 특히 외식계열사가 저조해 기존 알짜 금융계열사에 부담을 지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그동안의 투자결과들을 한 번 싹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계속된 인수합병으로 그룹의 덩치(자산총액 5조원)가 커지면서 2020년에는 대기업에 편입됐는데 이때문에 그룹 안팎에서는 교통정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덩치가 더 커지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업구조를 직접 들여다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KG그룹은 공격적 인수합병 전략을 뒷받침하기 위해 전사적 자금조달을 추진하다 보니 얽히고 설킨 순환출자구조가 만들어져 있기도 하다.

공정거래법에 따라 순환출자 제재를 받게되면 의결권 제한 등 그룹 경영에 심각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하루빨리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되는 것이다.

재계는 곽재선 회장이 쌍용차를 중심으로 KG그룹 주요 계열사들을 구조조정해갈 것으로 예상한다.

그 첫 신호는 환경계열사 KGETS가 폐기물 처리기업 코어엔텍을 매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폐기물 처리업은 다른 핵심계열사들과 시너지 크지 않고 현재 사모펀드와 해외 대자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실정이라 기업가치가 높아진 지금 매각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KG그룹은 코에엔텍 매각자금을 쌍용차 인수 및 경영자금으로 제시해 인수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밖에 외식업 등 비수익 계열사 매각도 진행하고 있다. 비수익 계열사를 털어내면 이들을 떠안고 있었던 KG이니시스와 KG모빌리언스 등 금융계열사들의 부담도 낮아질 수 있다.

최근 KG그룹이 쌍용차 최종 인수자로 선정되면서 KG스틸과 KG케미칼 등 차량제조업과 연관성이 높은 계열사의 존재감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KG스틸은 과거 차량용 강판사업에 뛰어들었다가 현대차를 등에 업은 현대제철에 밀리면서 포기한 적이 있는데 쌍용차라는 판로가 생긴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KD케미칼은 현재 본업인 비료 외에 화물차용 요소수 정도를 제조하고 있으나 앞으로 부동액, 브레이크액 분야로 진출할 길이 열린 셈이다.

금융분야에서도 리스와 렌털, 중고차 등 쌍용차와 연계한 여러 금융상품을 내놓을 수 있다.

KG그룹이 이끄는 KG컨소시엄은 6월30일 쌍용차의 최종인수자로 낙점됐다. 이미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했으며 8월 안에는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곽재선 회장에게 2000년과 2010년대가 도전의 시기였다면 2020년대는 안정을 위한 교통정리의 시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를 중심으로 계열사들을 재편하려는 곽 회장의 큰 그림이 다시 한 번 통할지 지켜봐야겠다. 조충희 기자ⓒ 채널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