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삼성과 LG 차세대 디스플레이 경쟁기업은 애플인가 재생시간 : 4:20  |  조회수 : 3,504  |  김원유

[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기술의 발전과 함께 변화하는 세상에서는 디스플레이의 쓰임새가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4차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 기술의 구현에는 디스플레이의 혁명적 진화가 필요하다.

여기서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 등 한국기업의 성공공식이 또 빛을 낼 수 있다. 이들의 성공공식이란 앞선 기술개발과 양산체제 구축, 기술 표준화를 통한 대중화다.

그런데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개발에는 글로벌 빅테크들도 가담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시장의 대결구도가 어쩌면 지금처럼 한국과 중국의 경쟁이 아닌 다른 양상으로 펼쳐질 수도 있다. 

디스플레이 혁명을 가장 필요로 하는 분야로는 메타버스가 꼽힌다. 메타버스라 하면 가상 놀이공간을 떠올리곤 하지만 사실 메타버스는 미래 인간의 일상생활 전반에 관여할 훨씬 범위가 넓은 개념이다.

메타버스 공간에서는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과 마치 옆에서 대화하듯 소통할 수 있고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로봇을 아바타처럼 활용해 사업장의 일을 처리하게 될 수도 있다. 게임과 오락, 여행 등을 더 실감나게 간접 체험할 수도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헤드셋과 안경 형태의 확장현실 기기다. 그리고 자율주행이 보편화하는 시대가 됐을 때 운전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 자동차도 확장현실이 구현될 공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가장 핵심 부품 가운데 하나가 디스플레이다. 물론 현재 개화한 올레드 역시 이런 분야에 적용될 수 있는 후보군 가운데 하나다. LCD와 비교하면 올레드는 응답속도가 빠르고 경량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종적으로는 그보다 한 차원 높은 기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헤드셋과 안경 형태의 확장현실 기기를 예로 들면 여기에는 0.5인치 이하의 작은 디스플레이가 필요하다. 적정한 해상도를 구현하려면 픽셀 하나의 크기 역시 10마이크로미터 이하로 작아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 상용화돼 있는 LCD나 올레드 디스플레이들처럼 유리기판 위에 발광층을 증착하는 방식은 10마이크로미터 이하의 픽셀 집적도를 구현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유리기판 대신 실리콘 기판 위에 디스플레이를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의 개발이 진행 중이다.

실리콘 기판 위에 올레드를 구현하는 OLEDoS 방식이 그 대안 가운데 하나다. 기존 올레드보다 가볍고 휘도와 해상도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5월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전시회 SID2021에서 OLEDoS를 공개한 바 있다. 여기서 공개된 증강현실용 OLEDoS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해상도와 휘도를 보여줬다.

LG디스플레이가 OLEDoS에서 앞서나간다는 평가를 받는 만큼 메타버스 시대는 LG디스플레이에게 큰 기회 요인이기도 하다.

OLEDoS 이외에도 실리콘 기판 위에 마이크로LED를 증착하는 기술을 눈여겨 볼 필요도 있다.

IT 전문가들 가운데는 마이크로LED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올레드 디스플레이는 수명이 제한적이고 유기물의 보호를 위해 추가공정이 필요합니다. 번인 현상 역시 약점으로 꼽힌다.

OLEDoS 역시 올레드 기반인 만큼 이런 약점들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마이크로LED는 얇은 패널 구현이 가능할 뿐 아니라 수명도 길고 전력 효율도 높습니다. 저전력화, 소형화, 경량화가 필요한 확장현실 기기에 적합하다.

실리콘 기판 위에 마이크로LED를 증착하는 기술개발에 성공한 곳은 영국 플레시, 프랑스 알레디아와 한국 삼성전자 정도뿐이고 양산 기술을 확보에 성공한 곳은 삼성이 거의 유일한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현재로서는 OLEDoS나 마이크로LED 모두 기술 성숙도나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갈 길이 멀다. 당장의 상용화를 기대하긴 어렵고 지속적으로 연구개발이 진행돼야 한다.

그런데 이런 분야에는 글로벌 빅테크들도 뛰어들고 있다. 애플은 2014년 마이크로LED 업체 럭스뷰를 인수한 바 있다.

현재 마이크로LED가 탑재된 제품을 출시하기 위해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 스마트워치, 스마트글래스 등에는 물론 확장현실 기기의 전단계인 증강현실 기반 스마트글래스에도 마이크로LED를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 애플은 2020년에 마이크로LED 개발업체 플레시세미컨덕터스 인수를 검토했는데 페이스북(현 메타)이 라이선스 계약을 먼저 체결하며 인수가 불발됐다. 일부에서는 메타가 플레시세미컨덕터스의 인수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 역시 최근 마이크로LED 전문기업 랙시엄을 인수하기로 하는 등 마이크로LED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렇듯 빅테크들이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향후 디스플레이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얼마나 큰 시장을 형성할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라고도 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한국 디스플레이가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미래 디스플레이 경쟁은 지금보다 더 험난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물론 디스플레이가 대규모 생산설비를 갖춰야 하는 분야인 만큼 빅테크들이 디스플레이 개발에 나선다고 해도 결국 삼성디스플레이나 LG디스플레이 제품을 배제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시선도 나온다.

하지만 애플은 이미 반도체칩 내재화를 시현했고 다른 빅테크들도 이런 내재화 전략을 따라가고 있다. 한국 디스플레이업계가 긴장해야 할 지점이다. 적어도 한국 디스플레이에 대한 의존도는 전보다 낮아질 수 있다.

한국 디스플레이기업들은 그동안 남들보다 한 발 앞선 행보로 시장을 선점하는 성공공식을 이어왔다. 올레드 이후의 디스플레이에서도 그동안의 성공공식이 통하려면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기술개발에 더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류근영 기자ⓒ 채널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