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톡톡] 중국 디스플레이 맹공에 대처하는 삼성과 LG의 성공 공식 재생시간 : 04:09  |  조회수 : 1,462  |  김원유

[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글로벌 디스플레이시장에서 중국의 맹공이 매섭다. 시장 점유율에서 한국을 앞질렀다.

한국이 일본을 추월한 뒤 17년 동안 이어졌던 디스플레이 패권 시대가 이대로 저무는 것일까?

하지만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오랜 기간 디스플레이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했던 만큼 그동안 쌓아왔던 기술력과 기초체력은 중국기업들이 넘보기 쉽지 않은 것들이다.

한국 디스플레이기업들의 성공공식은 중국의 맹공에도 또다시 빛을 낼까?

중국기업들이 후발주자로서 선도자를 추격하는 방식은 큰 틀에서 대동소이하다. 정부의 전폭적 지원과 어마어마한 내수시장을 힘입어 몸집을 확대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며 선도자들을 추월하는 전략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런 전략은 세련되지 못하다고 할 수는 있을지언정 그 효과는 대단히 위력적이다. 전기차 배터리는 이런 성공공식의 들어맞은 대표적 사례다. 현재 중국은 전기차 배터리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기업이 선도기업을 추격하는 성공공식은 디스플레이시장에서도 잘 맞아떨어지고 있는 듯 보인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기업 BOE는 정부로부터 막대한 보조금 혜택을 받아왔다. 그래서 순수 영업만으로는 손실이 났던 때에도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다.

더 요긴했던 것은 금융지원이다.

디스플레이산업은 설비투자가 중요한 분야다.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18년 BOE가 허페이에 공장을 지을 때 우리 돈 8조 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투입됐다. 이 가운데 회사 자체 자금은 5천억 원 정도 들어갔다. 90% 넘는 대출로 증설을 한 셈인데 이런 것들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고 몸집을 키웠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지난해 글로벌 디스플레이시장의 매출 기준 점유율을 보면 중국이 41.5%로 전년 2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한국은 시장 점유율 33.2%로 2위로 내려왔다. 2004년부터 17년 동안 빼앗기지 않았던 1위 자리를 내준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 디스플레이기업들이 여기서 주저앉아 중국에 산업 패권을 완전히 넘겨주게 될 것이라 보기는 이르다.

중국이 디스플레이시장에서 최근 약진한 것은 LCD 점유율이 높기 때문인데 LCD 이후의 디스플레이인 올레드에서는 한국이 여전히 압도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중소형 올레드에서, LG디스플레이는 대형 올레드에서 각각 세계 1위다.

비록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적수가 없었던 LCD에서 중국에 주도권을 넘겨준 것은 아쉽지만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올레드에서는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한발 앞선 시장 선점은 그동안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이 오랫동안 산업패권을 놓치지 않았던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에 대한 연구개발과 적시 설비투자를 통한 양산체제 구축, 표준화 대응 등을 통해 시장을 선점하는 것이 삼성과 LG의 성공공식이라 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의 패러다임이 브라운관에서 LCD로 넘어가는 시점에 이 성공공식은 잘 맞아떨어졌다.

성공공식의 첫번째는 과감한 투자다.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비롯해 세계적 불황이 왔을 때 일본은 신규 투자를 보류한 반면 한국기업들은 신규 라인 투자를 통해 빠르게 성장했고 200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LCD 주도권을 잡게 된다.

두번째는 표준화 전략이다. 1993~1994년경 노트북 표준 크기는 10.4인치였는데 당시 LCD 선두기업 일본 샤프는 차기 표준제품으로 11.3인치를 설정하고 양산 투자를 진행했다.

하지만 후발주자인 삼성은 차기 주력제품을 12.1인치로 결정해 양산 투자를 결행했는데 이게 IBM, 도시바, 컴팩, 델 등 노트북 기업들의 수요를 충족했고 대성공을 거둔다.

반면 샤프는 타격을 입었다.

샤프 등 일본기업이 13.3인치를 차기 제품 표준으로 들고 나왔을 때도 삼성은 14.1인치를 내놓는 승부수를 띄웠고 이때도 성공한다.

올레드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기업들은 이미 1997년에 올레드 기술개발을 본격화했다. 삼성은 2002년 8월에 세계 최초로 휴대폰용 수동형올레드(PMOLED)를 양산하는 데도 성공했다.

당시 일본은 올레드 양산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었다. 일본 전문가들은 "올레드 상용화는 물구나무를 서서 후지산에 올라가는 것보다 어렵다"고 했지만 삼성이 성공한 것이다.

이후로도 능동구동올레드(AMOLED) 세계 최초 양산 성공, 플랙시블 올레드 기술개발 등 한발 앞선 움직임을 지속하면서 올레드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중국과 한국의 각기 다른 성공공식. 최후의 승리는 누가 될까?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의 맹공은 매우 매섭다. 그럼에도 중국이 모든 산업에서 주도권 장악에 성공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 자립을 내세우며 이른바 '반도체 굴기'에 나섰지만 아직은 성과가 미미하다는 평가가 많다. 조선산업에서도 과거 한국 조선사들의 시장을 잠식하며 산업 패권을 장악한 것처럼 보였지만 친환경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디스플레이시장에서 중국의 맹공이 매섭지만 한국 디스플레이 기업의 전망을 비관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는 이유다.  류근영 기자ⓒ 채널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