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보현CEO톡톡] NH농협금융 회장 내부승진 전통 되나, 손병환 성과에 달려 재생시간 : 9:1  |  조회수 : 3,557  |  윤선호

NH농협금융지주가 출범 10년을 앞두고 처음으로 내부승진을 통해 회장을 선임했다.

농협 내부인사가 앞으로도 NH농협금융지주 회장에 오를지 아니면 다시 관료출신 영입으로 돌아설지는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달렸다.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김남형 기자

곽보현 부국장(이하 곽): 인물 중심 기업 분석 CEO톡톡. 안녕하십니까. 곽보현입니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동안 금융관료출신이 주로 올랐던 것과 달리 처음으로 내부승진했지요.   

농협금융지주는 공공기관은 아니지만 정책자금을 집행하는 창구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더불어 농림축산식품부의 자금지원을 받는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보유해 정부의 입김이 세다는 점에서 주로 고위관료출신이 금융지주 회장을 지내기도 했습니다.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농협중앙회장 사이의 관계, 내부출신인 손병환 회장과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 사이 등을 주제로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와 함께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김남형(이하 김): 안녕하세요.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입니다.

◆ 회장 위 회장, 농협금융지주와 농협중앙회 관계는? 

곽: NH농협금융지주의 지배구조는 다른 금융지주사와 다소 차이를 보입니다.

농협중앙회가 대주주로 있어 회장 위의 회장 및 옥상옥 구조란 지적이 나옵니다. 

농협금융지주는 출발도 좀 다르게 시작을 한 거죠?

김: 네 맞습니다. NH농협금융지주의 출범이 정부 정책기조에 맞춰 금융계열사를 모아 금융지주사 형식을 마련한 만큼 정부의 입김이 상당하다는 시선이 많습니다.

실제로 그동안 주로 고위 경제관료출신들이 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지냈습니다.

초대 회장은 농협중앙회 전무였던 신충식 회장이 맡았지만 금융지주가 출범하고 3개월 뒤 자리에서 물러나고 그 뒤로는 손병환 회장 이전까지 모두 관료출신이 외부에서 영입됐습니다.

손병환 회장이 선임되기 전에는 회장후보에 주로 관료 출신들이 거론되기도 했습니다.

곽: 다른 금융지주회장은 주로 핵심계열사인 은행장출신들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는 것과는 다른 모습이군요. 

그런데 농협금융지주가 지배구조 최상단에 있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농협금융지주 회장과 농협중앙회장의 관계는 어떠했나요?

김: NH농협금융지주는 표면적으로는 독립적 금융지주회사의 형태를 갖추고 있습니다.

금융기관으로서 경쟁력과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취지 아래 2012년 농협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이 분리될 때 농협중앙회에서 떨어져 나왔습니다.

하지만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의 지분 100%를 들고 있기 때문에 농협중앙회가 NH농협금융지주에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금산분리 원칙에 맞지 않지만 정부가 농협법을 통해 예외적으로 허용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농협법에 따르면 농협중앙회장은 자회사인 지주사를 감독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 때문에 농협중앙회의 경영간섭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습니다.

이와 관련해 신동규 전 회장은 2013년 임기를 1년 남기고 사퇴하면서 농협중앙회장에게 과도하게 권한이 집중되는 지배구조를 문제삼기도 했습니다.

곽: 지난해 이성희 회장이 취임한 뒤 금융계열사 사장단이 단체로 일괄사표를 냈던 점을 돌이켜보면 농협중앙회장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반증이기도 하군요.

역대 다른 회장들의 임기는 어땠나요? 신동규 전 회장과 마찬가지로 농협중앙회장과 마찰을 겪었나요?

김: 모든 관료출신 회장이 농협중앙회장과 사이가 나빴던 것은 아닙니다.

3대 회장인 임종룡 전 회장은 임기를 마치지 못했지만 금융위원장 임명에 따라 자리를 옮긴 경우고 4대 회장인 김용환 전 회장은 2년 임기 후에 1년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전임 회장인 김광수 전 회장도 2년 임기 뒤 1년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은행연합회 회장 선임으로 임기를 마치기 전에 자리를 옮겼습니다.

곽: 그렇다면 내부출신인 손병환 회장과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의 관계는 어떠한가요?

김: 손병환 회장은 이성희 회장과 원만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성희 회장은 경기도 출신이면서 대구·경북지역 등 영남권 조합장들의 지지를 기반으로 당선됐는데요 .

올해 들어 농협금융지주 및 계열사의 최고경영자에 지지기반인 경기권 또는 영남권 인사로 채우면서 친정체제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손병환 회장은 경남 진주 출신으로 대표적 영남권 인사로 꼽힙니다. 지난해 NH농협은행 은행장에 오른 지 1년도 안 돼서 농협금융지주 회장으로 내부승진할 만큼 중용됐습니다.

곽: 은행장이 되고 1년도 안되서 회장으로 승진했다는 점은 상당히 파격적으로 보입니다.

그동안의 관료출신을 영입하던 관행을 깨고 내부출신이 회장에 오른 점도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내부출신 회장의 의미를 짚어주시죠.

김: 농협금융 내부에서도 내부출신 회장의 선임을 바라는 목소리가 있었습니다.

내년이면 농협금융지주가 출범한 지 10년째를 맞이하는 만큼 내부승진 인사가 회장에 올라 금융지주의 전문성을 살려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손병환 회장의 선임을 놓고 농협금융이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이정표를 세웠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곽: 손병환 회장의 책임이 막중해 보입니다.

코로나19 시국이라는 비상상황을 잘 이겨내고 안정적 경영성과를 보인다면 다음에도 내부인사가 금융지주 회장에 오르는 전통의 시작점이 될 수 있겠지만 실패한다면 다시 외부에서 영입하는 방향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그러한 점에서 내부승계와 외부영입의 분수령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내부출신이라는 점에서 오는 약점을 없을까요?

농협금융지주는 그동안 고위경제관료출신들이 회장을 지낸 만큼 금융당국에 농협금융의 목소리를 잘 낼 수 있었겠지만 앞으로는 달라 보입니다.

◆ 손병환 이성희 신임 든든, 내부승계 안착과 외부영입 선회 분수령 

김: 네. 그 부분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배당성향 제한 권고가 있습니다.

금융위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리스크가 커진 만큼 금융지주사를 비롯한 금융권에 배당성향을 20% 안으로 낮출 것을 권고한 바 있습니다.

이에 손병환 회장은 농협금융지주의 배당성향을 놓고 금융당국과 농협중앙회 사이 딜레마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다른 금융지주사들은 다들 배당성향을 확정했는데 농협금융지주는 늦게까지 결정을 못 내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곽: 배당금이 농협중앙회의 주요 수익원 가운데 하나인 상황에서 배당성향을 낮추기가 쉽지 않은 것이군요. 

그렇다고 금융기관으로서 금융당국의 권고를 무시하는 것도 부담이 될 수 있겠네요.

김: 네. 그래서 농협금융지주는 배당성향 제한에 예외로 적용되기를 바랬습니다.

배당금이 중앙회로 들어가 결국 농민들에게 이익으로 돌아가는 만큼 산업은행이나 기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과 같이 예외가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죠.

농협금융지주에서 이같은 내용으로 금융당국에 예외 요청을 했지만 금융당국에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동안 손병환 회장이 관료출신의 회장들과 달리 내부출신 회장으로 금융당국과 의견조율을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시선이 있었는데 그런 면에서 부족한 모습을 보인 셈입니다.

곽: 배당성향 제한은 6월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만큼 1회성으로 넘어갈 수 있지만 비슷한 성격의 문제가 앞으로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관피아 논란에서 벗어나 내부출신으로 농협금융지주를 이끌어갈 손병환 회장. 내부출신인 만큼 농협금융을 잘 알고 농협중앙회장과 관계도 안정적으로 형성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음 이야기는 농협금융지주의 현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CEO톡톡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 채널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