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주가] 우리금융지주 주가부양 의지, 손태승 증권사 퍼즐과 씨름 재생시간 : 9:8  |  조회수 : 6,123  |  성현모

◆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실적 회복 절실, 증권사 확보 위해 어떤 전략 세울까

손태승 회장이 올해는 우리금융그룹에 증권사를 갖추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증권사 없는 설움을 톡톡히 겪었습니다.   

경쟁 금융지주사들은 지난해 계열사 가운데서도 증권사가 좋은 실적을 내며 실적 증가를 이끌었습니다. 

기본적으로 증권사는 금융지주 내 은행, 캐피털 등과 기업금융부문에서 시너지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이에 더해 지난해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투자자 증가로 리테일부문 수수료이익이 늘며 자체 순이익 규모도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손태승 회장이 우리금융그룹 실적 회복을 위해서는 증권사 확보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셈입니다.

특히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금융지주 4위 자리를 NH농협금융지주에 내줬는데 증권사 유무에서 갈린 것으로 분석됩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순이익 1조3070억 원을 거뒀고 NH농협금융지주는 순이익 1조7359억 원을 냈습니다. 두 금융지주 사이 순이익 격차는 4300억 원가량 차이가 납니다.

다만 은행 실적만 놓고 보면 NH농협은행과 우리은행은 각각 1조3707억 원, 1조3632억 원을 보여 거의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증권사에서 순이익 격차가 발생한 것입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NH농협금융지주 실적에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습니다. NH투자증권은 지난해 순이익으로 5770억 원을 거뒀습니다.

NH투자증권은 우리금융그룹이 2014년 민영화 과정에서 매각한 우리투자증권이 전신인 만큼 우리금융지주 입장에서 더 뼈아플 수밖에 없습니다.

손태승 회장도 지난해 증권사 인수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매물을 찾았습니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도 '시장에 매물이 없어 인수합병에 나서지 못할 뿐 올해도 인수합병 1순위는 증권사'라고 말했습니다. 언제든 시장에 매물만 출연한다면 잠재적 인수자로 나설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증권시장이 활황을 누리며 시장에 증권사 매물이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증권사가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우고 있는 상황에서 증권사 기업가치도 높아질 수밖에 없어 인수합병 가격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일각에서는 우리종합금융을 증권사로 전환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우리종합금융은 국내 유일하게 남은 종합금융사입니다. 종합금융사는 주식 위탁매매를 제외하고 수신, 단기 및 중장기 여신, 유가증권 운용, 금융상품 판매, 프로젝트 파이낸스, 국제금융, 인수합병 등 은행과 증권사의 모든 업무가 가능합니다.

◆ 우리금융지주 기업가치 비은행부문 강화에 달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이 우리금융그룹 비은행부문 강화를 놓고 고심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우리금융지주 지난해 순이익 1조3070억 원을 거둬 2019년보다 30.18% 감소했습니다. 저금리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 은행업황이 악화하며 비은행부문이 약한 우리금융지주의 약점이 드러난 것입니다.

경쟁 금융지주들의 지난해 순이익을 살펴보면 KB금융 3조5023억 원, 신한금융 3조4150억 원, 하나금융 2조6372억 원으로 각각 5.7%, 0.3%, 10.3% 늘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 은행 영업실적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순이익은 12조3천억 원으로 2019년 같은 기간보다 11.5% 감소했습니다.

비은행부문이 은행의 실적 악화를 방어한 셈입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에 순이익의 대부분을 기대고 있습니다. 비은행부문 손익 기여도를 살펴보면 18%에 불과합니다.   

반면 KB금융과 신한금융, 하나금융은 각각 34.3%, 41%, 34.3%로 30% 이상의 순이익을 비은행부문에서 거둬들이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지주도 올해 비은행부문 인수합병을 경영전략 1순위로 꼽고 있습니다.

손태승 회장은 신년사에서 '그룹 내에 비어있는 비은행부문에 관해서 다방면으로 포트폴리오 확대를 모색해 성장을 위한 동력을 지속해서 강화하겠다'며 인수합병 추진 의사를 보였습니다.

◆ 우리금융 비은행 계열사 빈 곳 채우기, 똘똘한 금융사부터 갖춰야

우리금융지주가 올해 비은행부문 강화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예상되는데 올해는 실적 기여도를 높일 수 있는 똘똘한 계열사를 갖추는 데 공을 들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손태승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출범 이후 2019년 자산운용사와 신탁사를 인수하는 등 금융사 가운데서도 규모가 작은 인수합병을 주로 진행해왔습니다.  

지난해 말 아주캐피탈을 인수하며 그룹사에 캐피털사와 저축은행을 추가했지만 보험사, 증권사가 비어 있는 점이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보험사와 증권사는 금융지주 계열사 가운데서도 순이익 규모로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두 금융사를 갖춰야 비로서 실적 반등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입니다.

금융지주가 지난해 보험사 및 증권사를 통해 벌어들인 순이익을 살펴보면 KB금융은 KB증권 4256억 원, KB손해보험 1639억 원, 푸르덴셜생명 557억 원 등 6452억 원에 이릅니다. 신한금융은 6119억 원, 하나금융은 4375억 원입니다.

금융지주 전체 순이익의 20%가량을 보험사와 증권사를 통해 거둬들이고 있는 셈입니다.

손태승 회장은 증권사 확보에서는 시장에 매물이 없어 고심이 깊지만 보험사 확보에서는 '알짜매물'을 기다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실제로 지난해 외국계 보험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철수하며 시장에 매물로 나왔지만 우리금융지주는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보험사는 단일 금융사로 놓고 보면 성장성이 낮습니다. 보험업계는 2023년부터 새 국제회계기준 IFRS17 적용해야 하는데 보험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게 됩니다. 

이에 보험사에 부채 증가와 자본 감소 등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보험연구원은 '보험산업 수입보험료 증가율 전망'에서 2021~2025년 수입보험료가 답보상태에 머물 것으로 바라봤습니다.

다만 금융지주로서는 자산 규모가 큰 보험사를 확보하면 자산운용사 등 계열사와 시너지 낼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손태승 회장도 자산규모가 큰 보험사를 한 번에 인수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손태승 회장은 지난해 자산규모가 작은 악사손해보험(1조66억 원), 라이나생명(4조7천억 원) 등 외국계보험사 인수에는 참여하지 않았지만 2019년 자산이 20조에 이르러 '알짜매물'로 꼽히던 푸르덴셜생명 인수전에는 인수금융을 주선하는 방식으로 우회적으로 참여했습니다.

◆ 우리금융지주 주가 지지부진, 손태승 주가 챙겨야할 이유 많다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출범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 주가부양에 부담이 커 보입니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2월 말 기준 9580원에 장을 마쳤는데 코로나19 이전 주가 수준은 회복했지만 여전히 출범 초 1만5천 원대 회복은 갈 길이 멉니다.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주주가치 제고 외에도 완전 민영화와도 관련 있어 주가부양이 더 시급합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 시절이던 2016년 10월 과점주주체제를 꾸려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예금보험공사가 우리은행 지분 17.25%를 보유해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예금보험공사는 2020년 상반기부터 3년 동안 우리금융지주 지분을 2~3번에 걸쳐 매각해 완전민영화를 이루겠다는 계획을 내놨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급락하며 매각 계획은 출발도 하지 못했습니다.

예금보험공사가 들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지분은 정부가 1998년 우리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 잔여분입니다. 

공적자금 원금 회수를 위해서는 우리금융지주 주가가 받쳐 줘야 하는 셈입니다. 2020년 기준 공적자금 원금 회수를 위한 우리금융지주 주가는 1만2천 원 대로 추산됩니다. 

예금보험공사는 우리금융지주가 배당한 금액만큼 공적자금을 회수한 것으로 계산하고 있는데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에 배당금 총액을 크게 줄였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금융당국의 권고에 맞춰 2020년 배당성향을 20%로 결정해 2019년 배당성향과 비교해 7%포인트 낮춰 잡았습니다.

배당성향은 연간 순이익 대비 배당금 비율을 나타내는데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지주사 및 은행들이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까지 한시적으로 배당성향을 20% 이하로 낮춰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해 순이익이 뒷걸음질한 상황에서 배당성향도 줄인 만큼 배당금 총액이 큰 폭으로 감소했습니다. 2020년 배당금 총액은 약 2600억 원 수준에서 결정됐는데 2019년 5055억 원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에 그칩니다.

공적자금 원금 회수를 위한 주가 수준과 실제 주가 사이에 괴리가 크게 좁혀지지 않은 셈입니다.

손태승 회장은 배당금으로 적정 주가 수준을 크게 낮출 수 없는 만큼 자체적으로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힘을 쏟을 수밖에 없습니다.  

코로나19로 해외 투자설명회 등 투자유치 길이 막힌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부양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손태승 회장은 2020년 한 해 동안 5천 주씩 다섯 차례에 걸쳐 자사주를 사들이는 등 4대 금융지주 회장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에 나섰습니다.

◆ 손태승 비은행부문 강화 기지개, 금융당국 중징계는 부담

손태승 회장이 올해 초부터 금융당국의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두고 있어 인수합병 등 굵직한 경영 행보를 이어가기에는 부담이 커 보입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 인수합병을 예고하며 비은행부문 강화에 기지개를 켜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와 관련해 중징계를 예고하며 CEO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습니다.
 
앞서 손태승 회장 해외파생결합펀드인 DLF 사태로 금융당국으로부터 '문책경고' 중징계를 받아 회장 연임에 빨간불이 켜졌었습니다. 손태승 회장은 금감원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며 2020년 회장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2월 라임펀드 판매 관련해서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보다 한 단계 높은 '직무정지 상당'의 중징계를 사전예고 받았습니다.

금융사 CEO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두 차례 받고 현직을 유지한 사례는 없습니다. 중징계를 두 번이나 받고도 현직을 유지하며 금융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조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금융산업은 대표적 규제산업으로 금융당국과 관계를 무시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인수합병을 위한 인허가 과정, 자본여력 확대를 위한 내부등급법 추가 허가 등 비은행부문 강화 전략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금융당국과 관계가 얽혀 있습니다.

18일 예고된 라임펀드 판매 관련 2차 제재심의위원회 결과에서 손태승 회장이 징계 수위를 감경받을 수 있을지 시선이 몰리는 이유입니다. 

다만 손태승 회장이 이번에 받은 직무정지 상당의 처분은 우리은행장 직무에 해당해 회장직을 유지 여부와는 관계가 없습니다. 

우리금융지주 과점주주들도 중징계 사전예고 이후 간담회를 열고 손태승 회장의 회장직 유지에 힘을 실어줬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윤종학 기자]ⓒ 채널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